"이재명이 당대표 되겠지?" 민주당 아닌 국힘이 들뜬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위기, 이준석 대표 징계 사태 등으로 뒤숭숭한 여당에서 최근 유독 많이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17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요즘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전선에는 이상 없냐’는 말이 자주 오간다”며 “여당 자력으로는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위기 상황에서, 이 의원의 전면 등판이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결정짓는 전당대회는 8월 28일 열린다. 현재 시점에서 이 의원이 당 대표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이 의원은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과 0.73%포인트로 패했지만, 이후 지방선거에서는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 문턱을 넘자마자 당 대표를 목전에 뒀고,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도 거론된다. 그런데 왜 국민의힘에서는 야당 ‘빅샷’인 이 의원의 대표 등판을 내심 기대하는 여론이 많은 것일까.
여당 전직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반전의 계기가 절실한 여당 입장에서는 큰 잡음 없는 우상호 비대위원장 같은 스타일보다는, 논란을 달고 살다시피 하는 이 의원을 상대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며 “논란으로 논란을 덮는 정치권 특성상, 이 의원을 둘러싼 잡음이 정부·여당의 아픈 문제를 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과거 위기 순간에서 이 의원과 맞붙어 반사 이익을 누린 경험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대장동 개발 의혹이나 ‘형수 욕설’ 논란 등이 터지면서 이 의원에 대한 비호감 여론이 커져 윤석열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상당 부분 지웠다는 평가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윤 후보 측이, 이 의원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으로 감점을 줄이기도 했다.
지방선거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여당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선거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이 완승하기가 쉽지 않았을 선거”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시·도지사 17석 중 12석을 가져가고, 국회의원 보궐선거 7곳 중 5곳을 차지하는 등 대승했지만, 이 의원 출마가 부각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취지다. 실제 지방선거 직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의원만 살고 민주당은 패배한 선거”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재명 대표되면, 尹 부정적 시선 분산”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이 의원이 야당 수장으로 등판하면 부정적 여론이 분산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윤 대통령이 잘하냐 못하냐에 여론 시선이 온통 쏠려 있는데,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재형성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과의 '상대 평가'가 부각되면 '절대 평가'에서 고전중인 윤 대통령이 궁지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 의원의 대표 등판을 기점으로 친이재명계 성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처럼회’ 등 당내 강성파가 재조명될 것이라는 기대도 여당 내부에 있다. 보수 진영의 ‘아스팔트 보수’에 비견되는 진보 진영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면,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고도 특정 강성 의원들이 주도권을 잡아 주저 앉은 선례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대선 당시 잡음을 일으킨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되면 이준석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등 여당의 골치 아픈 문제들이 희석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의원의 당 대표 선출이 정부·여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재명 대표 시나리오’에 따른 반사이익만 노리기보다는, 정부·여당이 시급한 민생에 전력하는 건실한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이라는 내부 쓴소리도 많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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