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이재명, 방탄용 출마냐 묻자 '내가 뭐 잘못했냐'더라" ['어대명' 도전자에 묻는다⑥]
지난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지 1시간 뒤, 설훈 의원(5선·부천을)은 “위기의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폭주하는 기관차를 세우기 위해 철길에 뛰어들겠다”며 같은 장소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이낙연계 좌장격인 설훈 의원의 출마 결심엔 그만큼 이 의원의 당 대표 직행을 막으려는 목적이 강했다.
설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그의 사법리스크가 결국 당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제라도 (사법 당국이)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를 빨리 수사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를 밝히고, 정리하는 게 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2일엔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직접 찾아 “당 대표에 나서려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다. 설마 ‘방탄’ 목적이냐”고 따져 물은 일화도 공개했다. 이에 이 의원은 “제가 뭐 잘못한 게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고 설 의원은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이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왜 안 되나
A : “대선·지선의 총 책임자였던 사람이, 연이어 전당대회에 나서는 건 책임정치에 대한 도전이다. 이 의원은 ‘당을 개혁하고 쇄신하는 게 오히려 책임지는 자세’라고 말하는데, (이 역시) 궤변이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은 굉장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
Q : 구체적으로 어떤 혼란이 발생하나
“(2년 후 총선에서) 공천권의 사유화가 벌어질 것이라 본다.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비이재명계를 ‘수박’이라 칭하며 다 배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이 의원은 이들을 제지하지 않고 즐기고 있는 것 같다.”
Q : 그래서 출마한 건가.
A : “지금 이 의원을 막지 않으면, 그의 사법리스크가 다 드러나 우리 당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러면 그걸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냐, 그건 아니다. 누군가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안 된다고 얘길 하면서, 스스로 대안이 돼야 했다.”
Q : 사법리스크를 언급하는 건 당에 도움이 안 된다는 반발도 있다
A : "얘기 안 한다고 해서 사법리스크가 없어지나. 나는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빨리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도 정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거다. 두 사람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아닌지를, 수사권자들이 밝혀줘야 한다.”
Q : 이 의원은 민심보다도 당심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당심은 충분히 잡혀있다. 이미 아주 깊고 넓다. 이젠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당이 지나치게 안으로 움츠러들어 있다. 이 의원은 당심을 안으로만 파고들어서 더 좁게 만들고 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Q : 중도층 지지를 복원할 복안이 있나.
A : “민주당이 변했다, 중도층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당내 통합부터 끝내야 한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모든 계파를 초월해 합리적으로 (당을) 정리할 것이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에 둘러싸인 이 의원은 당내 통합도, 중도층 복원도 어렵다.”
5선 설 의원은 이번 8월 전당대회에 나선 최다선 후보다. 97그룹(1990년대 학번·1970년대생)이 ‘세대교체론’을 앞세우고 뛰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출마를 강행했다. 친문 전해철·홍영표 의원도 불출마로 97그룹에 길을 터준 상황에서 이낙연계 의원들조차 설 의원의 출마를 끝까지 만류했다.
Q : 예비경선(컷오프) 통과 자신하나
A : “컷오프 문턱은 넘어설 것이라 생각한다. (예비경선의 70%를 차지하는) 400여명의 중앙위원은 나와 잘 아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늦게 출발했지만 많은 분이 ‘설훈이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진작 나오지’ 이런 얘기를 해주신다.”
Q : 컷오프 이후 단일화를 고려하고 있나
A : “본선에 누가 나서든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 대 일 구도로 붙는 게 바른 자세라고 본다. 컷오프(28일) 이전 단일화를 꾀해 봐도 좋지만, 이 의원을 제외한 7인의 후보들이 일주일 안에 입장을 맞추긴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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