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민=살인범' 놓고 국민의힘 '오락가락'

곽우신 2022. 7. 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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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하태경, 당내 '탈북민 브로커설' 정면 반박.. 권성동·한기호는 살인범 아니라는 주장 반복

[곽우신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3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데 죽였다고 자백할 사람이 있겠느냐?"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두고 국민의힘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탈북 어민들이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한 흉악범인지 여부를 두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것. 하루가 다르게 다른 메시지가 나오면서, 해당 이슈를 주요 쟁점화하는 국민의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영호 "본인들도 살인 인정... 자백 없었으면 언론에 벌써 나왔을 것"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파악TF에서 활동 중인 태영호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흉악범이다라는 걸 전제하에,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우리 헌법과 현행법에 강제 추방할 그 어떤 법이 없다. 강제추방이 잘못됐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동시에 "(해당 어민들이) 흉악범이라는, 살인자라는 이 근거 자체가 흔들리면 정말 새로운 국면"이라면서도 "여러 정황상으로 놓고 볼 때, 만약 우리가 아무리 사건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한다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데 죽였다고 자백할 사람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우리는 정부의 조사를 믿어야 한다"라며, 논점이 '살인을 했느냐 안 했느냐'로 쏠리는 걸 경계한 것이다.

태 의원은 이날 "그 합(동)신(문)자료에 그들이 '살인을 했다' 이 자백 진술은 한 것 같다"라며 "그러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 우리 정부가 어떤 기법을 동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들이 입으로 '살인했다'라고 받아낸 것만은 사실 아닐까? 저는 거의 맞는 사실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특히 "지금 현재까지 검찰이 조사 중인데, 그 합신자료에 '살인했습니다'라는 자백 진술이 없다면, 벌써 이미 그게 언론에 나오지 않았을까? '없다' 이렇게"라며 "그런데 현재까지 공안당국의 발표도 살인 그 자체를 부인하는 자료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인이 아니다'(라고) 우리 현 윤석열 정부에서 부인한 건 없다"라는 지적이었다.
 
TF의 단장 "탈북민 살인법 아니다"...탈북 브로커? 
 

태영호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그가 활동하는 TF의 단장을 맡고 있는 한기호 의원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야기이다. 한기호 의원은 해당 탈북민들이 살인범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해오고 있는데, 특히 지난 20일 TF 3차 회의에서는 "증언에 의하면 우선 16명이 살해됐다는 문재인 정권의 발표는 허위이다. 김책시에서 이 16명은 탈북하려던 다섯 가구의 주민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16명은 오징어잡이배로 탈북하기 위해 육지에 1명이 하선한 뒤 16명을 인솔해 승선하기로 했으나, 보위부에 체포돼서 오징어배에 남아있던 2명이 낌새를 알고 체포 직전 남하했다고 증언하고 있다"라며 "16명을 살해했다는 것은 북한이 2명의 탈북 브로커를 송환받기 위해 거짓말한 것이며, 문재인 정권은 실제로 이런 내용을 합동신문을 통해 확인했을 거라고 한다"라는 요지였다.

그러나 태 의원은 이같은 TF회의에 참가한 일부 탈북민의 발언에 대해서도 "'(어민들은) 살인자가 아니었다, (탈북) 브로커였다'라는 그들의 말이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소스냐?"라며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단정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당 TF 내에서조차 의견 일치가 안 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탈북 어민 브로커설'을 반박한 당내 인사는 또 있다. 하태경 의원 역시 21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일부 탈북자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게 우리 당 입장인 것처럼 나간 것"이라며 "이거는 우리 당 입장이 아니고 이런 카더라 통신에 휘둘릴 당도 아니고, 제가 있는 이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탈북민들의) 증언들 중에 참 거짓을 가려내고, 교차 확인을 몇 번씩 해야 한다"라며 "그런데 이제 거기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자기 정치적 입장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그거를 막 퍼뜨린다. 공당의 입장에서는 그런 진위는 굉장히 엄격하게 해서 얘기를 한다"라는 지적이었다.

한기호 등 "증거도 없고 증언도 일치 안 해"... 반복해서 의혹 제기
  
 국민의힘 한기호(오른쪽부터), 태영호, 지성호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진실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한 의원은 이날 오전에도 TF 차원의 기자회견을 열고 "합동신문에서 16명 살해라는 것을 자백 받고자 했으나, 증거도 없고 탈북민의 증언도 일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흉악범으로 단정하고 일사천리로 북송 작전을 펼쳤다"라며 "결국은 북송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여기에 꿰맞춘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또한 전날 있었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탈북어민이 살인자라는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제대로 된 검증 한번 없이 '사실'로 공인했다"라며 "탈북어민이 살인자라는 북한의 주장을 맹신했다. 무엇을 숨기려고 이렇게까지 했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관련 기사: 권성동 "대우조선 등 민주노총 장악 사업장은 '불법 해방구'"). 권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최근 계속해서 반복되어 온 논리이다(관련 기사: 북송된 어민 '무고'하다는 국힘... "16명 살해? 일방적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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