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원성왕릉은 왜 '괘릉'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운민 기자]
▲ 신라왕릉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지닌 괘릉(원성왕릉) 신라왕릉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지닌 괘릉(원성왕릉)은 규모와 양식 모든 측면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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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역시 7번 국도가 속하는 구간이지만 아쉽게도 해변을 따라가진 않는다. 해당 구간은 경주와 울산의 관문 중 하나인 울산공항을 지나 산업단지를 관통하는 산업로라 좀처럼 여행의 기분이 들지 않는다. 더구나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화물차들의 존재는 썩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런 공단들도 모화를 지나면 점점 사라지고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이 불국사 입구까지 이어진다. 허나 평범한 숲으로 보이는 이런 장소들의 한구석에는 숨겨진 신라 왕릉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시기로 살펴보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전성기를 이끌었던 왕들이 대부분이다. 신라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때였던 만큼 그들의 묘역은 신라의 다른 왕보다 화려하다. 시내에 자리한 다른 고분들처럼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은 아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화려했던 그 시절을 엿볼 수 있다. 먼저 불국동으로 들어가기 직전 신라의 묘역 중 가장 크고 아름답다고 알려진 괘릉으로 가보도록 하자.
경주를 종종 방문했던 사람이라도 괘릉이라 칭하는 낯선 이름은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는 왕릉의 주인인 원성왕릉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왜 괘릉(掛陵)이라는 명칭을 가지게 되었을까?
▲ 괘릉의 석물 괘릉에는 많은 석물이 보존되어 있는데 그 중 무인성은 서역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많은 학계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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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비된 주차장에 내려 측면에 자리 잡은 묘역으로 입장하면 푸릇푸릇한 잔디밭에 위치한 위엄 있는 괘릉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얼핏 조선왕릉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서역인의 모습을 한 무인석이다. 깊은 눈매에 코가 크고 우락부락한 모습이 다소 이질적이다. 봉분엔 병풍석과 난간석이 둘러쳐 있고 사자 네 마리가 자신의 방위로 머리를 돌려 왕릉을 지키고 있다.
▲ 구정동 방형분의 내부 구정동 방형분은 내부를 살필 수 있는 몇 안되는 고분 중 하나다. 굴식돌방무덤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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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경주의 고분은 널무덤 또는 덧널무덤으로 구덩이 안에 나무 덧널을 만들고, 그 속에 껴묻거리를 넣어 만든 무덤이었다가 천마총, 황남대총처럼 거대한 봉분을 올린 돌무지 덧널무덤의 형태로 발전한다. 말 그대로 돌무더기를 쌓아서 조성한 봉분이라 무덤을 다 파지 않는 이상 도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의 봉분에서 화려한 유물이 대거 출토되었다.
▲ 성덕왕릉 신라의 최전성기를 누린 성덕왕의 왕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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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덕왕릉의 십이지상 성덕왕릉의 십이지상은 다른 왕릉들이 부조로 조성된 데 반해 여기는 조각상이 놓여져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머리부분이 파괴된 채로 남아있다. 멀쩡한 원숭이상은 경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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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은 건너편 성덕왕릉은 신라의 최고 전성기에 재위했던 군주답게 제법 화려한 맵시를 뽐내고 있다. 비는 없어졌지만 그 받침은 아직도 남아있고, 봉분과 병풍석 난간석이 온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머리만 남은 석상과 봉분 둘레에 서있는 십이지상의 조각의 머리 부분이 대부분 파괴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7번 국도의 왕릉들을 살펴보니 통일신라시기의 전성기를 누렸던 군주들이 한눈에 엿보이는 듯하다. 그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배움이 있으니 경주에 한 번 온 김에 함께 둘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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