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으로 일하지만.." 요양보호사가 털어놓은 고충

이나래 2022. 7. 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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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요양보호사 김은희·이미연씨 인터뷰

[이나래]

ⓒ pexels
 
생애 중 그 어느 때보다 돌봄이 절실해지는 시기인 노인들과 함께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감염병 재난의 최전선에 서기도 했다. '요양보호사'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요양보호사 김은희(가명), 이미연(가명)씨를 만나 지자체 소속 사회서비스원의 특징과 코로나의 경험을 물어봤다.

김은희씨는 요양보호사로 일한 총 2년 반 중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서 1년 근무 중이고, 이미연씨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센터에 직접 방문하는 데이케어센터에서 7년 근무한 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소속으로 일한 지 1년 정도 됐다.

끝없는 돌봄 노동과 막중한 책임 사이

가사·돌봄 노동의 대표적인 특징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이 특징은 이용자의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회서비스원이 속한 센터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돌봄SOS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통 1명의 요양보호사가 오전, 오후 3시간씩 각각 1명의 어르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전 업무를 보고 점심시간 겸 휴게시간 1시간을 보내고 바로 오후 이용자에게 이동한다. 그러다 보면 정신없이 바쁘다. 쉬는 시간이랄 것도 없다. 짧게 정해진 시간 동안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방문요양의 경우 크게 식사, 세면, 이동도움 등 신체활동 지원, 식사준비나 청소, 세탁과 방문목욕을 포함하는 가사 및 일상생활지원, 인지활동지원으로 구성된다. 주로 '가사·돌봄'에 집중돼 있지만 치매 등급이 있는 분에겐 인지 치료도 한다. 병원에 가야 하는 분은 직접 모시고 왔다갔다 이동도 한다. 물리치료가 필요한 분에게도 가능한 것들을 해드린다. 여기에 필요한 자격도 갖춰야 한다. 이용자마다 건강 상태도, 요구하는 것도, 집안 환경도 다 달라 정해진 대로 매번 하기보다 그때그때 요구와 조건에 맞춰야 한다.

김은희 : "원래는 사무실에서 9시에 출근 태그를 찍고, 6시에 태그 찍고 퇴근해요. 그런데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같은 경우에는 곧장 서비스하는 집으로 가라는 경우도 많아요. 저는 아침에 북가좌동으로 곧장 출근해서 9시에 출근 태그를 찍고 시작해요. 1명의 어르신을 3시간 돌봅니다.

점심도 차려드리고 병원도 동행하고 목욕도 시켜드리고요. 점심시간이 있고, 그 뒤에 오후 스케줄로 이동해요. 오후에 가서 3시간 일을 하고 사무실 근처면 사무실에 가서 장부 같은 거 작성해요. 제가 일한 내용을 보고하고, 저녁 6시에 지문 찍고 퇴근하는 거예요."
 
 2020년 3월부터 진행 된 긴급돌봄 지원 진행에 대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홍보물.
ⓒ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의 또 다른 특징은 상품이 아닌 '사람'을 다루고, 그 사람은 각기 다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해진 업무 외의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게 돼 있지만 난감한 상황도 신경 쓸 일도 많다.

어떤 경우에는 감당하기 힘든 요구를 받기도 한다. '집안일'을 한다는 평가 절하로 인해 파출부나 아줌마 등 자존심 상하는 호칭으로 불리기도 하고, 이용자의 개인 집이라는 환경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다. 그래도 요양보호사라는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필요할 때 어르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력도 기울인다.

김은희 : "이제 더우니까 마스크 좀 벗으면 좋겠죠. 마스크 쓰고 일하려면 땀이 막. 달걀 야채찜 할 때 계속 저어야 되잖아요. 500번은 저어야 찜이 되는데, 땀이 줄줄줄 나요. 선풍기 틀고 할 수도 없는 거고, 에어컨은 어르신들이 싫어하는 거예요. 아까워서 안 켜시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들은 싫다고... 안 그래도 벌써 아까 불 앞에서 일하는데 땀이 줄줄줄 나더라고요."

이미연 : "한 어르신이 베란다에 곰팡이가 엄청 많다고 그걸 청소해달라시는 거예요. '어르신, 이게 저희 매뉴얼에 없고 3시간 안에 제가 이걸 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동사무소에 전화해서 담당자한테 환경이 안 좋다고 어떻게 좀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다행히 그런 지원시스템이 있어서 다 치워주고 칠도 해줬더라고요."

특히 이들이 소속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민에게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9년 설립한 공공기관으로 보육·노인 요양·장애인 활동지원 등 복지 서비스를 공공이 책임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다수 기관이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복지계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공적 운영 주체로서 서울 사회서비스원의 행보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

사회서비스원 소속 요양보호사의 노동 조건도 민간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 센터 방문과 행정처리, 조별 운영을 꼽았다. 공공기관이다 보니 직접 처리해야 하는 서류도 여러 종류이고, 출퇴근 시에 반드시 센터에 방문하게 돼 있는 체계도 민간 기관과 다르다. 특히 센터 방문은 요양보호사들에게 동료 관계를 형성하고 필요하면 도움이 되는 업무 노하우도 알려주는 '힘'이 된다.

조별 운영 또한 민간기관에서 보기 힘든 형태다. 여러 명이 한 조를 이뤄, 요양보호사가 일이 생겨 못 나가면 다른 조원이 대체 근무한다. 이런 조건은 인력 부족으로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겨도 참고 근무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해준다. 이미연씨는 이런 시간을 '숨쉴 수 있는 기간'이라고 표현하며 지자체 기관에 직접 고용된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을 잘 지키고, 이용자에게도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라 강조했다.

김은희 : "재가 요양보호사는 각자 개인이 다니잖아요. 근데 여기서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다른 선생님들을 만나게 돼요. 그럼 서로 자기의 어려운 점을 공유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게 좋아요. 일반 재가는 그런 게 없잖아요. 자기 혼자 가서 일하고 혼자 오고 이러니까. 여기는 정보 교류가 활발하죠."

이미연 : "저희는 휴가 갈 때 누군가가 대신해 준다는 게 안심이 돼요. 또 힘들 때 서로 교대도 해줄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힘들고 스트레스 엄청나게 쌓였는데 계속 가야 되면 서비스 질이 안 좋아지죠. 사람이 안 편하잖아요. 공백을 주면 공직자로서 본분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일종의 휴가 기간이랄까 유예 기간이랄까. 그런 숨 쉴 수 있는 기간들이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조별 운영이 거의 없어졌다. 처음보다 수요는 많아졌는데 요양보호사를 충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유 인원이 없다 보니 서로 지원을 나가고 했던 것이 멈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의 최전선에 섰던 노동, 하지만 제대로 쓰지 못하는 병가

2년이 넘게 지속됐던 코로나가 어느 정도 감소세에 접어 들었지만, 완전히 긴장을 풀 수는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일상의 만남 대부분이 중단된 상황인 비대면 시대에 접촉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필수노동자인 요양보호사인 이들은 코로나를 어떻게 체감했을까. 독거노인이 감염되면 집에서 돌봄이 불가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이 격리시설로 함께 가기도 했다. 돌봄이 종료된 후 정작 본인이 감염돼 격리 생활을 하는 고충도 있었다.

김은희 : "요양보호사 3명이 감염된 어르신 1명을 8시간씩 24시간 돌봤어요. 근무하는 동안 마스크 쓰고 페이스실드 다 하고... 장갑 두 개씩 끼고. 일하는 8시간 안에는 못 나오죠. 화장실도 못 가요."

이미연 : "나중에는 4시간으로 잘라줬어요. 그런데 그것도 항의했죠. 4시간씩 화장실도 못 가니까요. 중간에 어떻게 방법이 없어요. 그 사이에는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시고."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서 뇌진탕 걸린 요양보호사에게 병가 대신 연차 사용을 강요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공공운수노조
 
재난의 최전선에 섰던 요양보호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고단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에 맞는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직접 고용으로 월급제이며 서울시 생활임금 기반의 임금체계이긴 하지만 연봉제인 일반 직원(행정직)과는 차이가 크다. 임금명세서상으로 교통비와 식대가 지급되지만 충분치 않다. 집마다 이동하면서 드는 교통비와 식대에 사비를 쓴다. 교통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가능한한 걷는다.

특히 이들의 몸과 마음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노동자를 대하는 기관의 태도다. 지난 5월께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소속의 요양보호사가 뇌진탕 사고를 겪었는데, 병가 대신 연차 사용을 강요당했다. 노동조합이 항의 행동을 했고 병가 요청 16일 만에 병가 '승인'을 받았다.

김은희 : "민간에서 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을 공공에서 해야 한다며 그런 일을 맡을 때 '거기 못 가겠어요'라는 말을 저는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주변 선생님들도 '언니는 너무 일 열심히 해요. 언니 왜 이렇게 일 많이 했어.' 이렇게 말해주면 저는 저대로 자부심을 느꼈는데, 그런 사건이 있어서 너무 서운했어요. 저는 몸보다도 마음으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죠."

돌봄 노동에 대한 저평가 문제는 단지 임금체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돌봄 노동의 공적가치를 담보하는 노동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아프면 병가를 당연히 쓸 수 있는 일터가 요양보호사도, 이용자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사회복지 환경의 기본 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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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나래씨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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