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 지지율 추락땐 반일 하더라"..징용배상 '대항조치' 검토
강제징용 배상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관련 일본 기업의 자산매각 등 현금화 때를 대비한 ‘대항(対抗)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강제징용 배상문제와 관련해 한국에서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매각 등 현금화 조치가 이뤄질 경우 외무성이 ‘대항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권당인 일본 자민당은 지난 21일 외교부회의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교부회 회장이 회의 직후 외무성의 대항조치 검토 사실을 전했다. 외무성 측이 “(현금화는) 심각한 문제기 때문에 구체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대항조치, 항의나 유감 수준 아냐
자민당 내의 강경한 분위기도 전했다. 강제징용 관련 현금화 문제와 관련해 “안이하게 양보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설명이다. 산케이는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언급하며 자민당 내에서 “(한국 정부가) 지지율이 떨어지면 반일 카드를 꺼내 든 과거 사실이 있다”는 사토 마사히사 회장의 발언도 보도했다. 지난 5월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앞세우고 있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면 반일을 앞세워 여론몰이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불신’을 전한 것이다.
사토 마사히사는 한국과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자주 내놓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2박 3일간의 방일 활동을 마치면서 강제징용 배상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언어도단(言語道斷)이자 룰 위반’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해결책 요구하는 일본'…대항조치 언급 배경엔
박 장관은 지난 18일 일본을 찾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한일 양국 외교장관이 마주한 것은 4년 7개월 만의 일로,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민관합동협의회 협의 내용을 설명하고 “현금화 전 해결책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모색 중인만큼, 일본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는 취지였지만 일본의 반응은 냉랭했다. 외교장관 회담 당시 모두 발언 공개나 공동기자회견은 없었다. 이튿날인 지난 19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박 장관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과 관련한 국내 움직임을 설명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아예 언급을 피했다.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박진 장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아베 전 총리 서거에 대한 조의 메시지가 전달되어 제가 감사의 뜻을 전해달라고 말했다”며 조의를 받았다고만 짧게 답했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은 한국이 제시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김경주 도카이대 국제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가 ‘대항조치’를 검토하고 나선 배경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사망에 따른 일본 자민당 내 분열 우려를 꼽았다. 김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피해자를 설득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최근 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윤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기시다 정권으로서도 아베의 강경한 정치 노선을 어느 정도 단기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자민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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