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규모 금융완화 유지"..역대급 엔저에 '엔테크' 북적

윤슬기 2022. 7. 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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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환테크는 해본적이 없어서 생각조차 못했는데, 최근에 엔화가 엄청 떨어졌더라"라며 "주변에서 엔테크로 단타(단기 투자)해 용돈벌이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솔깃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엔화가 떨어져도 일본 여행을 갔다 오면 되니까 원엔 환율이 930원 정도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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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에 '엔테크' 눈독
일본 ETF 순자산도 1000억 첫 돌파
일본은행 "금리 올릴 생각 전혀 없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의 엔화와 달러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 국내 우량주 위주로 투자를 하던 2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엔테크'(엔화+재태크)를 고민 중이다. A씨는 "환테크는 해본적이 없어서 생각조차 못했는데, 최근에 엔화가 엄청 떨어졌더라"라며 "주변에서 엔테크로 단타(단기 투자)해 용돈벌이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솔깃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엔화가 떨어져도 일본 여행을 갔다 오면 되니까 원엔 환율이 930원 정도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 초부터 엔저(엔화 약세) 현상이 계속되면서 엔화를 사들여 환차익을 거두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미 '100엔=1000원' 환율 공식이 깨지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한 데다가, 환차익에는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엔화 환율이 100엔당 953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또다시 137엔대다. 지난달 137엔대로 추락해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엔화를 투자처로 삼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6068억엔으로 지난해 말(4964억엔) 대비 약 18.2%(1104엔) 증가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서도 5월 말 국내 거주자 엔화 예금 잔액은 총 5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말(52억5000만달러)보다 4.3% 늘었다. 외화 예금 가운데 유일하게 잔액이 증가한 모습이다.

일본 펀드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종가 기준 'TIGER일본니케이225' ETF는 최근 순자산 1286억원을 기록했다. TIGER 일본니케이225 ETF는 일본 니케이225 지수를 추종하는 환노출형 ETF로, 일본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기업 소프트뱅크,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225개 기업으로 구성됐다.

지난 14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중개업체 사무실의 전광 시세판에 달러당 138엔대로 올라선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주요 원인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꼽힌다. 일본은 -0.1%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달러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상승에 대응해 지난 6월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p(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으며 이달에도 자이언트스텝이 유력한 상황이다.

당분간 엔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일본은행(BOJ)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BOJ는 이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나 홀로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금융완화'에 대해 "현시점에서 금리를 올렸을 때 영향은 모델로 계산한 것보다 상당히 클 것"이라며 "금리를 올릴 생각이 전혀 없다.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다 보니 달러화 대비 엔화의 가치 150엔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거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인도경제연구소 이사장은 지난달 5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인 내년 3월까지는 금융 완화 정책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 가까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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