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영방송, 세계 최다' <조선> 사설, '대체로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기자]
▲ 조선일보는 7월 20일 사설 '세계 최다 한국 공영방송들, 세금 먹는 하마 아닌가'에서 "한국은 공영방송 천국이다. KBS1·2와 MBC, EBS, KTV, 연합뉴스TV, YTN, 국회방송, 아리랑 TV 등이 모두 공영이다. 정부가 홈쇼핑 채널까지 운영한다. 중국·러시아 등 전체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다. 대부분 1~2개만 운영할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
ⓒ 조선일보 |
"한국은 공영방송 천국이다. KBS1·2와 MBC, EBS, KTV, 연합뉴스TV, YTN, 국회방송, 아리랑TV 등이 모두 공영이다. 정부가 홈쇼핑 채널까지 운영한다. 중국·러시아 등 전체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다. 대부분 1~2개만 운영할 뿐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0일 사설 '세계 최다 한국 공영방송들, 세금 먹는 하마 아닌가'에서 교통방송(TBS) 문제를 거론하면서, 우리나라 공영방송 숫자가 '세계 최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비효율적인 체제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국내 공영방송 3개 분류, 주요 선진국들과 차이 없어
국가마다 공영방송 개념 정의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전세계 공영방송 숫자를 단순히 비교하기도 어렵고, 큰 의미도 없다.
그럼에도 <조선일보>처럼 비교를 하려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과연 그 잣대는 공정했을까?
일반적으로 방송은 소유와 재원, 운영 목적 등에 따라 정부나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국가가 소유하고 재정을 책임지는 '국영방송', 개인이나 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민영방송'으로 구분된다.
▲ 국내외 언론계에선 KBS와 MBC, EBS를 공영방송으로 분류하고 있다. |
ⓒ 민주언론시민연합 |
하지만 방송법 등에 규정한 공영방송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없다 보니, 공영방송 범위에 대한 주장이 조금씩 엇갈린다.
우선 KBS(한국방송)의 경우 자사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BS는 자사 홈페이지에 "공영방송은 공공이 소유하고, 국민이 세금과 달리 별도 부담하는 공적 재원을 활용해 국가나 자본으로부터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방송의 공정성, 방송문화 발전과 공공복지 향상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운영되는 방송"으로 정의했는데, 현재 국민이 내는 공적 재원인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사는 KBS와 EBS(교육방송) 두 곳뿐이다.
하지만 MBC(문화방송)도 스스로 방송문화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공익재단인 방송문화진흥원을 통해 공정책무와 경영 등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공영방송'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매년 발간하는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된 지상파방송사업자들 가운데 KBS, MBC, EBS 3곳을 '공영방송'으로 분류하고 있다.
<조선>, 국영방송과 공공기관까지 '공영방송'에 포함
반면 <조선일보>에서 '공영방송'으로 분류한 나머지 사례들은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영방송'이나 공기업에 가까웠다.
우선 'KTV'와 '국회방송'은 각각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과 국회사무처에서 정부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국영방송'이다. '아리랑TV'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인 국제방송교류재단에서 운영하는 국제방송이고, '공영홈쇼핑'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공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보도전문채널인 '연합뉴스TV'는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1대 주주이고, YTN도 애초 연합뉴스에서 설립했지만 현재 공기업인 한전KDN, KT&G의 계열사인 KGC인삼공사 등이 대주주다.
전문가들 "국영과 공영 구분해야... 공영방송 숫자 비교 의미 없어"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KBS와 MBC, EBS가 공영방송인 건 맞지만, 법정사업자라는 지위만 있고 국회에서 '공영방송'이란 법적 지위를 만들지는 못했다"면서 "그렇다고 <조선일보>처럼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거나 정권이 바뀌면 사장까지 바뀔 수 있는 방송사들까지 열거해 '공영방송 천국'이라고 하는 건 무리한 일반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비교를 하려면 공영방송사 숫자보다 채널수와 전체 방송시장 점유율을 따져야 하는데, 영국·캐나다 등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공영방송 점유율이 높다"고 밝혔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도 이날 "우리나라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방송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 공영방송이 아니라 정부에서 직접 지원을 받고 정부 할 일을 대신하는 '국책방송(국영방송)'"이라면서 "공영방송의 경우 세금으로 충당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다른 나라에서 대부분 공영방송을 1~2개만 운영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고 서구 방송 구조와 비교해 우리 현실을 따지는 것도 잘못"이라면서 "새로운 매체들이 상업성과 영리를 추구해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 공영방송이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하는데 이를 줄이거나 약화시켜 제 기능을 못하게 하는 건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기획과 담당자는 21일 <오마이뉴스>에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공영방송 범위가 모호하고 방송법상 정의도 없어 사람마다 달리 해석할 수 있다"면서 "다만 YTN이나 연합뉴스TV, KTV, 아리랑TV 등도 '공영방송'으로 분류해 비교하려면 외국에도 그런 성격의 방송사가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외국 방송사들의 지분 관계나 정부 지분까지 파악해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위키피디아 영문판 '국가별 공영방송 목록(List of public broadcasters by country)'에 등록된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3곳(KBS, MBC, EBS)으로, 영국(BBC, BBC스튜디오, 채널4, Sac 등 4곳). 프랑스(프랑스텔레비지옹, 라디오프랑스, 프랑스미디어몽드 등 3곳), 독일(ARD, ZDF, 도이칠란트라디오 등 3곳), 캐나다(CBC, TVOntario 등 9곳), 미국(PBS 등 TV 5곳, NPR 등 라디오 10곳) 등 주요 선진국과 큰 차이는 없었다.
<오마이뉴스>는 21일 오후 <조선일보> 논설실에 공영방송 숫자 국제 비교 기준과 근거 자료를 요청했지만 22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검증결과] '한국 공영방송, 세계 최다' <조선일보> 주장은 '대체로 거짓'
<조선일보>는 정부 예산 투입 등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공영방송 범위를 국영방송까지 확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KBS, MBC, EBS 3사를 '공영방송'으로 분류하고 있었고,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 공영방송이 세계 최다"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자의적인 잣대를 적용한 결과이고, 이같은 뒷받침한 객관적인 자료도 제시하지 않아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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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팩트] |
조선일보 |
"한국은 공영방송 천국, 세계 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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