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완벽·혐의소명=구속' 공식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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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신용무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가 확실하면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했던 종전 법원 영장심사의 흐름이 바뀐 것이다.
동부지법 수사팀이 영장 기각 후 한 달이 넘게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지 못하고 혐의 다지기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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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영장기각 달라진 법원
구속 최소화 움직임도 한몫
검·경 우려 속 영장청구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지난 6월 15일 신용무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판사는 "수사기관에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됐다.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과 법조계에서는 이 기각사유를 두고 "법원이 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거가 확실하면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했던 종전 법원 영장심사의 흐름이 바뀐 것이다.
이전까지 검찰 등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자료가 완벽하면 법원은 대부분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봤다고 한다. 증거가 완벽하기 때문에 피의자측이 이 완벽함을 깨기 위해 아직 수집되지 않거나 검찰이 확인했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구속시켰다. 법원은 발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증거가 완벽하면 오히려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적고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증거로 소명된 혐의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 본 것이다. 이는 최근 구속에 따른 인권침해 소지 등을 염려해 불구속 재판 등을 권하고 구속영장 발부도 최소화하려는 법원의 움직임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에는 서울중앙지법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변호사 자격 없이 불법 법률 자문을 한 혐의를 받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검찰·경찰로서는 구속영장 청구가 조심스러워졌다. 철저히 수사해 영장심사 때 완벽한 증거를 내놔도 도주·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입증의 벽은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장심사 때 증거자료를 일부만 내놓을 수도 없다. 영장심사 때는 내지 않고 정식재판 때 새롭게 증거를 내놓으면 오히려 재판부와 변호인측으로부터 "왜 영장심사때는 안 내놨냐"는 의문 제기와 함께 역공을 당할 염려도 있다.동부지법 수사팀이 영장 기각 후 한 달이 넘게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지 못하고 혐의 다지기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법원의 이같은 흐름은 앞으로 검찰이 주요 관계인들 구속해 수사해야 하는 대형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 검찰 안팎에선 우려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공무원 피살’,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어 곧 주요 인물들을 소환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정보원 직원들과 국방부 감청부대원까지 조사한 검찰은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 구속수사가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최근 박 전 원장을 출국 금지 조치하고 서 전 원장에 대해선 미국서 귀국 직후 검찰에 통보하도록 조치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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