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용진 "'이재명은 합니다'로 당 위기 극복 못 해..내로남불·소탐대실 결별해야"

나주석 2022. 7. 22. 11: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다음에 이길 수 있다는 근거 제시해야"
"컷오프, 전당대회 흥행과 민주당 변화 위한 선택할 것"
쇄신 분위기 약화 "방심하면 죽는다..변화 주저해서는 안 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박준이 기자] "선거에서 두 번 진 사람이 다음에 이긴다는 건 공부 못하는 학생이 다음에 100점 맞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박용진 의원은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같은 당 이재명 의원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다음 선거에서 이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선 이 의원이 당선돼선 안 된다는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박 의원은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이재명은 합니다’만 반복하는데 그렇게 해선 당의 위기가 극복되지 않을 것이고 막다른 골목도 열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은 누가 흘린 지갑 줍는 것처럼 쉽게 가져갈 분위기지만 당원과 당심은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음에 이길 수 있다는 근거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 당권 후보들은 최근 후보 단일화 방안을 논의했다. 박 의원은 이 의원에 맞서 다른 당권주자와의 단일화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컷오프 전 단일화를 형성할 시간은 촉박하고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단일화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를 이뤄 (본선에) 올라간 사람을 중심으로 단일화하고 못 올라간 사람들은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단일화의 지향점에 대해선 "민주당이 달라져야 하고,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 (다른 후보들도) 공감할 것"이라며 "이를 구체화해 민주당이 지금까지 있었던 내로남불 정치, 계파 정치, 악성 팬덤 정치, 진보 꼰대 태도, 선택적 정의, 편의주의적 사고 등 내로남불 소탐대실하는 정치와 결별을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민에게 해왔던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 당의 도덕적·정치적 기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당대표 경선의 1차 관문인 28일 컷오프에 대해 "믿을 구석은 중앙위원들이 상황을 전략적으로 판단해 누가 전당대회 흥행 카드인지, 누가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등을 볼 것"이라며 "과거 인연이나 친소관계를 우선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 믿어 계파 없는 박용진도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방선거 이후 당내 쇄신 분위기가 약화된 것과 관련해 "‘방심하면 죽는다’라고 말하고 싶다"며 "윤석열 정부가 엉망진창이라고 해 국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혁신을 거부하고 변화를 주저하면 진다"고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다음은 일문일답

-계파에 소속되지도 않았고 항상 비주류로 분류됐다. 왜 이런 길을 걸어왔나

▲당내 기반 만들고 당내 정치하는 데 게을렀다고 할 수 있다. 의도적 게으름(?) 뭐 그런 것이다. 초선 의원 시절에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예산권과 입법권 바탕으로 변화가 필요한 지점에 구체적인 일을 찾았다. 재벌개혁을 이미지로만 떠든 게 아니라 순환 출자 구조 이런 것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재벌 총수 일가가 기업의 이익을 줄여 자기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지, 금융실명법의 구체적 적용과 과세 방안을 마련하거나 유치원 3법 제정 등 구체적이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과제 해결에 신경을 썼다. 계파에 참여하거나 유력 정치인과 가까워지는 것을 게을리하는 대신 국민의 삶을 바꾸는데 부지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달라졌다. 그동안은 소신 발언을 해 입장을 밝혔다면, 이제는 이렇게 할 테니 따라달라는 리더의 입장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기반을 만들고 동지를 모으는 일에 박용진 정치의 7~8할이 투여되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후 당내 쇄신 목소리가 커졌지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당내 쇄신 요구가 약해지는 것 같다

▲‘방심하면 죽는다’라고 말하고 싶다. 반사 이익에 의지하는 정당으로 남을지 국민이 바라는 진짜 내 마음 같은 정당으로 달라질 것인지 결정하는 시점이다. 여기서 방심하고 변화를 주저하면 또 질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 그냥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의원)’으로 간다는 것은 막다른 골목인 줄 알면서 가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엉망진창이라고 해서 국민들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혁신을 거부하고 변화를 주저하면 선거는 진다.

-지난해 보궐선거에 이어 올해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민주당 연패했다. 무엇이 문제였나

▲민주당에 기대했던 게 실망으로 무너지며 민심이 떠났다. 정책에서의 실패도 컸지만, 태도의 문제도 컸다. 내로남불 태도, 절차적 민주주의는 내가 옳으니 상관없다는 편의주의적 태도, 저들이 위성정당 만드니 우리도 만든다는 식의 소탐대실을 보인 선택 등 원칙에서 어긋난 태도들이 상당 부분 누적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도 뼈아프지만 정작 자기들은 강남 한 채 챙기며 자산 증식 누리고 청와대보다 집을 선택하겠다는 사람들 보면서 국민이 어떻게 봤겠나. 진보 꼰대 태도 역시 민심을 떠나게 만드는 역할을 크게 했다.

-박용진의 민주당은 달라질 수 있나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자랑스러운 당대표가 되려고 한다. 박용진이 당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이 달라졌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다르게 생각해왔던 박용진이 당대표가 된다는 것보다 (민주당의 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신호가 어디에 있나. 계파 없으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민심에 기반해, 상식을 기초로 당을 운영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본다. 박용진이 당대표 되는 게 민주당이 승리하는 길이고 민주당이 살길인 변화를 보여주는 획기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규칙 개정 과정에서 새로운 패권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

▲후보를 두고 유불리를 따지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이 (대선, 지선 패배에도) 아직도 덜 아픈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버려두면 계파 대립의 장, 힘자랑 대회가 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그게 제가 지금 몸부림을 치는 이유다. 계파대로 컷오프 통과 3인이 결정되면 저도 망신일 것이다. 당도 진짜 망신일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