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보유세 줄여주기..세입자 월세 떠넘기기도 줄여들까

정부 세제개편안 보유세 시뮬레이션
서울2채+대전1채 3주택자 내년 76%↓

정부가 2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세율 폐지, 세 부담 상한 하향, 기본공제금 상향 등을 골자로 한다. 1주택자는 물론이고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아시아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이번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액이 7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와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84㎡, 대전 유성구 죽동푸르지오 84㎡ 아파트 세 채를 보유한 3주택자의 내년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농어촌특별세 등 포함)는 개편 전 1억4707만원에서 개편 후 3539만원으로 75.9% 감소했다. 마래푸와 죽동푸르지오 두 채를 보유한 경우에는 4300만원에서 1049만원으로 75.6%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가아파트일수록 보유세 부담은 더 크게 줄어든다. 공시가격 25억원인 공동주택을 한 채 보유한 경우 종부세 부담액은 2019년 570만원, 2021년 617만원, 2022년 674만원에서 내년엔 33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공시가격 30억원에 거주 중인 1주택자의 경우 2021년과 2022년 각각 1005만원, 1082만원의 보유세를 냈다면 내년엔 556만원으로 절반 수준만 내면 된다. 2020년 종부세는 883만원이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올해 1주택자 특별공제 3억원,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하(60%)가 현실화되면 마래푸 전용 84㎡ 29층의 경우 올해 종부세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보유세는 지난해(437만원)보다 22.5% 줄어든 339만원에 그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개편안에도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매물적체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 규제가 다소 완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취득세·양도세 등은 여전히 중과되고 있고, 기준금리 인상도 예상된 만큼 이번 조치로 전반적인 매수세가 살아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이나 저가주택을 복수로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세부담 완화의 폭이 지역별, 소유자별로 차이가 커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조세의 전가로 인해 치솟던 월세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은 존재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서 보유세는 임대인에서 세입자로 전가되는 속성이 있는데, 이번에 보유세 부담 완화로 전가의 속도와 강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임대차 시장에는 다소 안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