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비싸 발길 돌린 날.. '가성비·가심비' 꿀팁 하나
[박정선 기자]
▲ 기름값이 너무하다. '휘발유'라는 글자 뒤에 반만 보이는 숫자 1이 아예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
ⓒ 박정선 |
'고물가 시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세계적 이슈다. 나는 미국에 사는 조카와 자주 통화하는 편인데 미국도 우리나라만큼 기름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이모, 요즘 여기도 물가가 장난이 아니야. 우리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기름값이 1갤런(약 3.7리터)당 4.2달러 정도였는네데, 요새 여기 워싱턴D.C.는 4.4달러까지 갔어."
"너희 이민 가고 바로 2008년 금융위기였잖아. 그때 기름값이 엄청 났다던데, 지금이 그때 수준이라는 거지? 근데 나이도 어렸는데 기름값을 다 기억하네?"
"응. 그때 엄마 아빠가 대화하는 거 듣고 기름값을 봤는데 내 생일이랑 비슷했거든. 근데 점점 오르더니 4달러를 넘어가더라고."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올라 모두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미국 사는 조카도, 한국에 사는 나도 가장 크게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기름값. 그래서 나는 혼자 움직여야 할 때는 대부분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엄마와 함께 나갈 때만 차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자가용 사용을 자제한다.
나만의 소비 방식을 찾는 것
나는 귀촌을 꿈꾼다. 그래서 시골에 가면 줄어들 수입에 대한 대책을 세워놔야 했다. 예전에는 돈으로 해결했던 것들을 '시간'과 '노동력'을 들여 해결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그중에 하나인 셈.
이렇게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모두 너무 바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대도시에서 직장 생활하다 보면 정말이지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나는 누군가가 정해놓은 시간 안에 어떻게든 일을 끝내려고 동동거렸고, 집에 오면 지쳐 있는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이윤을 늘리기 위해 노동력을 더 많이 가로채는 체제 아래에서 "공문 처리 하다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못 갔다니까"라는 동료의 말에 공감하면서 말이다.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인간이 체제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영향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체제의 핵심인 자본(돈)만 따라가는 삶에서 멀어지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우면? 예를 들어 시간을 들이고, 땀을 흘리면...'
▲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
ⓒ 연합뉴스 |
그래서 난 웬만한 음식은 직접 만들어 먹고, 불필요한 물건은 사지 않았다. 꼭 사야 할 물건이 생기면 비슷한 것이 혹시 집에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살피고, 옷도 새로 사기 보다는 옷장에 있는 옷들을 잘 활용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바뀐 삶 안에서도 '고물가 시대'는 피할 수가 없다. 가장 고통스러운 건 기름값과 달걀값. 그밖의 채소가 500원에서 1000원, 많게는 2000원 정도 차이가 나서 계산할 때 금액을 보며 물가가 올랐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나마 싸고, 양도 푸짐하고 싱싱한 것은 제철 식재료라 여름 채소를 이용한 반찬을 자주 만들어 고물가의 고비를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어제(18일)는 채소마저 비싸고 다양하지도 않아 몇 가지 사지도 못한 채 돌아왔다. 하는 수 없이 사놓고 두고두고 먹는 식재료를 생각해봤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양파. 여름이라 비가 와도 불 앞에서 음식을 하다 보면 땀이 흐르기 마련이니 불을 덜 쓰면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요령을 부린다.
낙점을 받은 것은 양파볶음. 양파를 썰어 어느 정도 익힌 다음, 양념장(간장, 간 마늘, 고춧가루, 꿀이나 올리고당 약간,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볶으면 끝이다. 구하기 쉬운 재료에 만들기도 어렵지 않은데 먹어보면 "앗? 생각보다 맛있네" 하게 되는, 요즘 말로 '가성비, 가심비 둘 다 굿!'이다.
▲ 양파볶음 만들기도 쉽고 짭짤해서 여름 반찬으로 좋다. |
ⓒ 박정선 |
요리할 때면 늘, 집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보고 그에 맞춰 메뉴를 정하는 편이다. 사뒀던 양파가 물러지기 시작하더라도 만들어놓으면 한 끼 먹기에 좋은 반찬이 돼줬다. 또 양파볶음을 밥에 넣어 비비고 달걀부침을 올려 먹어도 한 그릇 식사로 거뜬하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를 파악해서 장을 보고, 그날 그날 재료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것도, 상해서 버리는 재료를 최소화하니 이 또한 고물가 시대에 도움이 된다. 물론 물건을 적당히 소비해줘야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간다곤 하지만, 그래서 요즘 물건은 수명이 5년을 넘지 않게 만들어 내느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런 소비 패턴에서 조금은 물러나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누군가는 외식과 배달음식을 줄이고(나의 경우 요리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니 시간의 구애도 덜 받아 가능하다), 필요한 물건은 최대한 합리적인 방식으로 소비하고, 갖고 있는 옷은 직접 수선하는 방법도 활용한다.
미국에 사는 조카는 요즘, 기름값도 아낄 겸 주말에 일주일치 장을 다 봐와서 도시락도, 저녁도 준비해 놓는단다. 부지런한 조카를 보며 나 또한 지금의 방식을 오롯이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로 유지하겠다고 다짐해본다. 바뀐 생각으로 달라진 삶이 고물가 시대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주니, 좋지 아니한가.
[고물가 시대 기사]
시골마을마저 덮친 고물가... 밤 농사꾼들의 심각한 대화 http://omn.kr/1zn2c
못 먹고, 안 썼는데... 청첩장 받을 때마다 손 떨립니다 http://omn.kr/1zk78
'운행비용 30% 인상','아내 3교대 공장으로'...배달·퀵기사의 한숨 http://omn.kr/1zim9
확 뛴 물가에 신음하는 대학생들... '달걀' 한 알 못 사먹습니다 http://omn.kr/1zim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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