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업, 떼법·폭력' 불공정 보도, 노동자를 지우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민주언론시민연합]
6월 2일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여느 노동조합 파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조 요구를 설명하고 노사 양측에 해결책을 묻는 언론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사측 피해 부각·강조하며 기계적 중립조차 소홀한 보도 ▲'폭력노조' 프레임 씌우는 보도 ▲노동자 간 갈등 부각하는 보도 등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관련 문제 보도를 유형별로 살펴봤습니다.
사측 논리 강조, 공정성 잃은 언론... 회사 피해 강조하고, 노동자 저임금엔 무관심
▲ △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신문 지면·방송사 저녁종합뉴스(6/22~7/19) 보도분석 |
ⓒ 민주언론시민연합 |
이중 보수언론·경제지는 노조 파업으로 인한 사측 피해를 전하기 바빴는데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자세히 다룬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대신 한국경제 <총리도 장관도 "대우조선 불법점거 용납 못해"... 공권력 투입까지 시사>(7월 15일 곽용희 기자)와 같이 "임금 30% 인상, 상여금 지급 등" 노조 요구는 짧게 언급한 채 "누적된 회사 손실은 약 5700억 원에 달한다", "지난달 22일부터 하도급업체 노동조합에 의해 점거되면서 배 진수가 지연돼 하루 259억 원씩 매출에 손실이 발생하고, 고정비 59억 원이 그대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매달 130억 원의 지체배상금도 추가로 발생한다" 등 사측 피해 상황을 자세히 실어주는 보도가 대부분입니다.
부정확한 피해액 부각 나선 보수·경제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사측 피해를 예측하는 보도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언론마다 부정확한 피해액을 부각하며 파업에 부정적인 시각을 더했는데요. 조선일보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불법 파업 등으로 비상경영 체제 선포>(7월 7일 신은진 기자)에서 "노조원 120여 명이 지난달 18일부터 조선소 내 최대 독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3주 이상 연기돼 회사 측은 4000억 원대 생산 손실을 입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나흘 뒤 매일경제는 <대우조선 하도급 노조원 7명, 도크 불법점거해 3천억 손실>(7월 11일 한우람 기자)에서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기업 중 불과 400명 노동자로 구성된 하청지회는 지난달 18일부터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옥포조선소 1도크를 불법 점거했다"며 "누적 손실 규모는 지난 8일 기준 300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마다 손실 금액이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지만 일관된 친기업적 보도 행태도 두드러지는데요. 조선일보 독자권익위원회는 7월 정례회의에서 직전 달인 6월 화물연대 파업 기사에 대해 "<화물연대 파업 1주일에 1조6000억 피해>(6월 14일 자 A1면)는 제목이 잘못되었다. '피해'라고 하면 손실이 나는 피해인데, 여기서 1조6000억은 '생산 출하가 지연된 총액'이다. 공중으로 날아간 돈이 아닌데, 피해라고 하면 노사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독자권익위원회 지적이 무색하게 조선일보는 노조 파업 때마다 부정확한 피해액을 추산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파업 예정 협력사도 노조 때문에 폐업했다'는 조선일보
사측 시각에서만 바라보니 하청노동자 파업으로 하청업체들이 줄폐업하고 있다는 왜곡·조작보도도 나왔습니다. 조선일보의 <민노총 하청 파업 47일... 대우조선 협력사 7곳 '눈물의 줄폐업'>(7월 18일 한예나 기자·박진성 인턴기자)인데요.
조선일보는 "하청지회가 17일까지 47일째 점거하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7곳이 줄줄이 최근 폐업을 했거나 폐업하겠다고 대우조선 측에 전달했다"며 "㈜진형, 동광기업㈜, 영일산업㈜이 지난달 30일 폐업했고, 수호마린㈜, 용강기업㈜, ㈜삼주가 오는 31일, 혜성기업이 오는 8월 11일 폐업을 할 예정"으로 "이번 불법 점거로 경영상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하청지회 파업으로 하청업체가 폐업했다고 주장한 조선일보 보도를 팩트체크한 한겨레(7/19) |
ⓒ 한겨레 |
다음 날 한겨레에서는 <파업 전에 폐업 예고한 기업까지, 파업 탓?>(7월 19일 신다은 기자)을 통해 이를 팩트체크했습니다. 한겨레는 "대우조선의 110여개 하청업체 가운데 현재까지 폐업을 예고한 하청업체는 7개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조선하청지회 파업 이전부터 경영난을 겪었"으며 '영일산업'과 '수호마린'은 올해 1월부터, '삼주'는 지난해 10월부터 직원들에게 4대 보험료를 지급하지 못했고, "주식회사 '진형'은 아예 파업이 있기 전인 5월12일에 대우조선해양 쪽에 폐업을 예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존에도 경영 사정이 워낙 안 좋던 회사들이었는데 사회보험도 못 낼 정도였고 파업으로 임금까지 못 주게 된 것"으로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매년 약 10~15개 기업이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폐업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업체가 채운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조 부정적 프레임 '1% 소수, 떼법, 폭력'... 되풀이되는 폭력노조론
균형을 잃고 사측 입장에서 보도하는 것 외에도 노조에 대해선 '1% 소수가 99%를 흔든다'거나 '떼법'과 '폭력'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TV조선 <하청노조 파업에 '스톱'…"하루 300억 손실">(7월 7일 이성진 기자)은 리포트 시작부터 노조원들이 "비노조원과 몸싸움을 하고" "소화기까지 뿌리며 작업을 방해"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폭력적인 부분을 강조한 TV조선은 "작업 중단으로 급여가 줄어든 비노조원들은 회사를 떠날 생각까지" 한다며 노동자 간 갈등을 부각했습니다.
매일경제 <대우조선 하청노조 불법점거…경총 "공권력 집행 나서야">(7월 17일 문광민 기자)는 피해를 강조하며 약 1만 6000명의 생산직이 근무하는 대우조선해양에 "사내 협력업체 직원은 약 1만1000명"으로, "하청지회에 가입된 400명" 중 "파업에 참여한 이들은 약 120명", "점거 농성 중인 인원은 7명"이라며 "전체 협력업체 직원의 1%에 불과한 이들이 대우조선해양에 수천억 원대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하청지회 파업을 폭력 파업으로 묘사한 조선일보(7/16) |
ⓒ 조선일보 |
조선일보 <사설/또 시너통에 고공 농성, 시대착오 극렬 투쟁 언제까지 할 건가>(7월 16일)는 "노조원들이 제 목숨을 무기화해 극한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시너 통'을 언급했습니다. 인화성 위험 물질을 갖고 들어간 절박함을 헤아리기보다는 "경찰 진압 과정에서 시너 통에 불이 붙어 5명의 농성 철거민과 경찰 1명이 사망한 2009년 용산 참사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민노총은 정부의 중재 제안도 거부한 채 '120명이 10만 명의 생계를 막는' 불법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며 "노조원들이 자기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투쟁을 벌이는 데 노동자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할 민노총은 이들을 만류하긴커녕 위험한 극한 행동을 부추긴다. 언제까지 이런 시대착오적 방식의 노동운동을 계속할 건가"라고 따졌는데요. 조선일보는 사측의 입장에서 노동자의 투쟁을 '폭력'과 '불법'으로 몰아가는 보도 행태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폭력 피하려 유조선 화물창으로 내려간 하청노동자
이렇듯 보수언론과 경제지 등은 하청노동자들의 선박 점거에 대해 사측 입장에서 비판할 뿐, 자세한 경위를 설명하지 않았는데요. 한겨레 <가로×세로 1m 철장에서 28일... "파업 대가는 요추뼈 골절이더라">(6월 29일 안태호 기자)엔 하청지회가 맞닥뜨린 상황이 잘 나와 있습니다.
"조선소 안에서 파업을 벌이던 하청지회는 지난 21일 도크에서 건조 중인 유조선 화물창에 들어갔"는데, 한겨레가 인용한 김형수 하청지회장 발언에 따르면 "처음엔 조선소 내에 투쟁 거점을 마련했는데, 회사 쪽 직원들이 폭력적으로 나왔다. 한 여성 노동자는 요추뼈 골절을 당했다", "폭력을 유도해 공권력을 투입할 명분을 쌓으려 한 것이다. 화물창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등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민중의소리 <"대우조선, '구사대' 동원해 파업하는 하청노동자 향해 폭력">(7월 11일 최지현 기자)도 대우조선이 "현장 관리자들을 '구사대'(회사 측이 만든 노동운동 파괴 조직)로 동원해서 하청노동자들에게 폭력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노조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7월 8일 '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 동안 "벌어진 폭력 사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민중의소리는 대우조선 정규직 직장인 '현장 직반장 책임자 연합회'인 '현책연'과 대우조선 정규직 현장조직 5개 중 하나인 '민노협' 등 사측 노동자들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을 뿐만 아니라 게이트 근처에 있던 하청노동자 농성장을 들이닥쳐 부수고 물품을 트럭에 실어 가기도 했"으며 욕설과 폭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는데요. 하청지회는 <회견문>(7월 11일)을 통해 사측의 폭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보수언론은 하청지회 노조원들이 폭력을 가한다고 보도했지만, 현장에선 비노조원이 폭력을 가하고 노조원들이 충돌을 피하는 모습입니다.
'조선 호황' 이어가려면, 노동자부터 보호해야
조선비즈 <대우조선해양, 6500억 규모 해양플랜트 수주>(1월 11일 김우영 기자), 동아일보 <한국 조선 세계1위 탈환…상반기 수주 45% 차지>(7월 7일 김형민 기자), 중앙일보 <K조선, 중국 제쳤다…상반기 선박 수주 4년 만에 1위>(7월 7일 정종훈 기자) 등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적으로 우뚝 서며, 선박 수주 목표를 달성했다는 희소식을 기쁘게 전하는 언론의 소식 뒤에는 조선일보 <"배 만들 사람없어 일감 1400억 포기">(6월 27일 김강한·강다은 기자), 한겨레 <조선업 수주 1위 탈환했지만 저임금 탓 배 만든 사람 없네>(7월 7일 김영배 선임기자)와 같이 일감 호황 속 조선업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이 따라붙습니다.
현장에 있는 기술자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3D(dirty·difficult·dangerous) 기피와 긴 불황 탓에 건설 등 다른 분야로 이직한 근로자들"을 조선 현장에 불러 조선업의 호황을 이어나기 위한 빠른 방법은 노동조건 개선입니다. 노동자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붙이며 강압적인 공권력 행사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상생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서는 보도가 늘어나길 바랍니다.
*보고서 전문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http://www.ccdm.or.kr/xe/watch/31377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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