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치열한 논쟁 벌인 중학생들 "낮추자" vs. "현행대로"

오문수 2022. 7. 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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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여도중학교에서 열린 학생들의 토론.. 이렇게 훌륭할 수가

[오문수 기자]

 촉법소년 연령을 내려야할지 아니면 현행대로 유지해야할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이는 여도중학교 학생들 모습
ⓒ 오문수
7월 19일(화) 오전(09:30~12:20), 여수 여도중학교(교장 허승호) 호랑관에서는 촉법소년에 해당되는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할지, 아니면 낮춰야 할지에 대한 토론대회가 열렸다. 토론장에는 전교생(1학년 177명, 2학년 165명, 3학년 203명)이 학년별로 참석했다.

촉법소년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을 말한다. 촉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상 처벌하지 않는다. 형법 제9조에서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피해자들은 보호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의 민사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토론대회를 기획한 정영우 교사의 얘기다.
  
 토론대회를 기획한 정영우 교사가 토론이 벌어지는 현장에 섰다.
ⓒ 오문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소양은 바로 창의성, 소통 능력, 논리·비판 능력,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이러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무슨 프로그램을 시도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찾은 것이 토의·토론이었고, 그 중에서도 대립토론만큼 이 모든 역량들을 한꺼번에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어 토론대회를 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토론대회를 열기 전 토론수업 전문가를 초청해 교사연수를 했었고 학기 초에는 1학년을 대상으로 토론 전문가와 함께하는 수업을 각 반별로 2시간씩 실시했다.

토론대회에 참가하려면 4명이 한 팀을 이뤄야 한다. 1학년은 예선에 8팀이 참여해 2팀이, 2학년은 4팀이 참여해 2팀이, 3학년은 4팀이 예선에 참여해 2팀이 결승에 올랐다.

토론 방법은 '주장 펼치기(입론)'로 첫 번째 발언자가 3분 동안 찬성팀의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고 나면 이에 맞서 반대 측에서 3분 동안 반대팀의 주장과 근거를 제시한다.

2분간의 작전타임 시간을 가진 두 팀은 4분 동안 2번과 3번 학생이 상대방 의견에 대한 질문과 반박을 한 후, 4:4 난상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 각 팀은 2분간 최종조율을 하고, 4번 주자가 주장다지기(최종발언)를 통해 자신이 속한 팀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한다. 결과는 청중석 맨 앞자리에 앉은 7~8명의 판정단이 결과를 발표해 승리한 팀을 발표한다.

결선대회 첫 시간 토론장에 참석한 대상은 1학년 177명이다. 사회자가 토론규칙을 알리고 '촉법소년인 미성년자의 저촉 대상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에 찬성하는 김민솔 학생이 발언에 나섰다.
  
 질문과 반박이 날카롭게 이뤄지는 현장 모습
ⓒ 오문수
 
"피아제의 인지발달론 4단계에서 촉법소년 나이인 '12~15세'는 형식적 조작기로 논리적 추론, 추상적 이상을 이해 가능한 시기입니다. 그렇다면 이성적 판단이 가능한 이들에게 책임능력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요? 두 번째 근거는 2003년 소년법위헌재판에서 전효숙 재판관의 보충의견 내용입니다. 조기교육의 활성화와 교육제도의 발달, 물질의 풍요 등으로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범죄의 저연령화, 흉포화 등이 문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14세 미만이라는 책임연령은 현실적으로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에 반대의견을 낸 염수빈 학생은 "촉법소년 연령 인하는 소년법의 이념과 국제협약에 역행하는 정책이며 촉법소년 연령과 소년범죄율은 유의미한 관련이 없고, 형벌만능주의는 소년범죄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며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다음은 염수빈 학생이 제시한 내용이다.

"2007년 촉법소년 연령을 12~14세에서 10~14로 확대하면서 기존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던 10~12세에게 보호처분 성격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촉법소년 송치 사건 수는 9636(2007년)에서 11609(2009년)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재범률 또한 30%(2007년)에서 37%(2011년)까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도에 촉법소년의 나이를 16세에서 14세로 인하하였으나, 소년범 발생 수가 15만 2813명(2000년)에서 15만 5051명(2004년)으로 오히려 증가한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소년범죄를 줄이기 위해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을뿐더러 예방효과에도 유의미한 관계가 없습니다."

토론자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반박이 계속되고 긴장이 고조되었다. 찬성 측에서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증가하며 범죄율이 증가되었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줄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발언이 나오자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습니까?"라고 반박하는데도 다른 발언을 계속하자, "제가 한 질문에 먼저 답변하고 답해주세요"라고 재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자 강당에 있던 학생들이 "와!~" 하는 함성을 질렀다.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에 찬성인 2학년 김유나 학생은 관객석에 있는 학생들에게 표를 보여주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설명했다.
  
 찬반토론 중
ⓒ 오문수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절도나 물건 훼손 등 재산상의 피해나 성적인 피해를 주었을 때 벌금 등의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으나, 금고형이나 벌금형과 같은 법적 처분을 받지 않습니다. 죄를 범해 경찰에게 잡혔을때에도 뻔뻔하게 촉법소년의 나이에 해당된다며 법을 악용합니다."

언론에 보도된 자료를 인용한 사례발표도 있었다.

"만 13세인 A군이 무인 매장에 들어가 무인기 포스를 터는 등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의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열흘 동안 무인 매장 20여 곳 이상에서 같은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잡혔지만 '나는 만 14세가 되지 않는 촉법소년인데 처벌할 수 있겠냐?'라면서 무인 매장 점주와 경찰들에게 욕설과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반대 측 주장에 선 한 학생은 "극단적인 중범죄를 일반화해서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직 어린 나이로 판단 능력이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과 선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소년범에 대한 낙인이 확대되어 사회화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 학생이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오은영 박사가 촉법소년 기준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고 발표하자 찬성 측 김주헌 (1학년)학생의 야무진 답변이 나왔다.

"오은영 박사의 주장이 꼭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022년 3월에 초중고 학생 8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을 때 99%가 찬성하고 1%가 반대했습니다. 한 명이 여러 명의 의견을 대신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상에서 심사결과를 기다리며 숨죽인 학생들
ⓒ 오문수
 
3학년은 역시 3학년이었다. 생각의 폭이 깊고 상대방의 예상 질문을 폭넓게 준비해 왔을 뿐만 아니라, 상대의 반박에 역질문으로 재반박하여 상대방을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것이 심사위원은 물론 청중의 호응을 얻었다.

4:4 토론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것에 찬성 측에서 반대하는 측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한 가지의 극단적인 사례를 들었다. "당신이 만일 촉법소년들로부터 그런 피해를 당했다면, 이 자리에서 그런 주장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에 대해서, 반대 측 학생의 답변내용이다.

"이는 주장에 대한 과한 적용입니다. 많은 언론에서는 촉법소년범에 대해서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내용만 주로 다루고 있으며, 그 결과 국민들은 그들이 늘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믿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런 범죄행위는 극소수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단상에서 벌어지는 토론을 듣고 청중석 맨앞에 앉은 판정단이 심사해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오문수
 
찬반토론에 대해 판정단이 내린 결론은 1학년은 7:1로, 2학년은 5:2로 찬성 측이 승리했다. 3학년은 한 살 더 먹어서일까? 아니면 반대 측 토론 내용이 더 훌륭해서일까? 결과는 반대팀이 7:0으로 승리했다. 2학년 토론에 사회를 맡았던 김도윤 학생이 소감을 말했다.

"사회를 맡으며 평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사뭇 진지하게 주장을 펼치는 모습이 색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단순히 지식 습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화 기관으로써 사회를 배우는 목적성을 띤다고 생각합니다. 토론을 통해 아이들이 제 주장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토론에 진 1학년 학생들은 눈물을 보였다. 아직도 어리게만 보였던 학생들은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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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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