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로 매물 쌓여가..강남도 2~3억씩 '뚝뚝'
부동산 시장 한파가 매섭다. 하늘을 모르고 치솟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마저 상승세가 꺾이면서 대세 하락장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들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 서초, 용산, 동작구를 제외한 21곳 아파트값이 떨어졌다(7월4일 기준). 마포구(-0.37%), 강동구(-0.24%)뿐 아니라 강남3구 중 한 곳인 송파구 집값도 0.09%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는 최근 23억5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신고가(27억 원) 대비 3억5000만 원 하락했다. 잠실트리지움 전용 84㎡도 지난해 9월 24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기록을 세웠지만 올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5월 21억8000만 원에 실거래돼 2억 원 넘게 떨어졌다. 직장인 수요가 꾸준히 몰렸던 마포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59㎡ 매매가는 지난해 17억 원까지 치솟았지만 올 들어 14억1000만 원으로 3억 원가량 하락했다.
수도권 신도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광교호반베르디움트라엘 전용 100㎡은 최근 10억3000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올 2월 최고가(14억1000만 원) 대비 3억 원 넘게 떨어진 가격이다. 매매가가 떨어지면서 매물도 계속 쌓여가는 분위기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시행하면서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은 영향이 크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7월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312건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시행된 5월10일(5만6568건) 대비 12%가량 증가했다. 그럼에도 거래는 급감하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 들어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7917건으로 전년 동기(2만5159건) 대비 1만7000건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건수도 15만5987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거래가 뚝 끊긴 것은 매수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6월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37.2로 2019년 4월22일(37.2) 이후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가 낮을수록 시장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로또청약’ 열풍이 불었던 분양시장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 리얼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4 대 1로 지난해 상반기(18.2 대 1)보다 하락했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청약경쟁률이 같은 기간 30 대 1에서 13.1로 급락했다. 최저 당첨가점도 41에서 29.5로 떨어져 낙폭이 더욱 컸다.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것은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여파로 매수세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잔금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까다로워졌다. 한국부동산원은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매물 적체 영향으로 관망세가 지속돼 거래 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정돼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당분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글 김경민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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