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의 소통 공식, 게임업계도 바꿨다

문대찬 2022. 7. 2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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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 RPG

 

트럭 시위 후 1년, 게임 업계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과거 단순히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만 집중했던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유저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며 충성 유저 확보에 힘쓰고 있다. 금강선 전 ‘로스트아크’ 디렉터의 뒤를 잇는 ‘제2의 빛강선’도 속속 등장 중이다. 

지난해 초, 국내 게임업계는 전례 없는 홍역을 치렀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과 더불어 눈과 귀를 막은 게임사들의 ‘불통 운영’에 유저들의 인내심이 한계를 넘어섰다.

십시일반 모금이 시작됐고, 불만사항을 담은 트럭을 개발사로 보내는 시위가 곳곳에서 발발했다. 부랴부랴 간담회를 준비해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서는 등, 게임사들은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유저들의 커피 트럭에 화답한 로스트아크 개발진.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의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 RPG만은 예외였다. 트럭 시위가 발발한 게임의 유저들이 대거 로스트아크로 유입되는 이른바 ‘난민’이 발생해 서버를 급히 확충하는 등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성난 트럭 대신 따뜻한 응원 메시지가 담긴 커피 트럭이 개발진들에게 선물로 도착하기도 했다.

비결은 지속적으로 이어왔던 유저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었다.

금강선 전 로스트아크 디렉터는 2020년 12월 ‘로아 온’ 페스티벌 당시 개발사 측의 실수를 과감히 인정하고 향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의 이색 행보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소비자의 불만을 인지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여타 개발진들과 대조되는 모습에 유저들은 환호했다. 

운영 및 시스템 개선 등, 유저들과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천천히 이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 관련 지표가 급증한 것을 기점으로 성공 신화를 썼다. 올해 2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후에는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 132만 명을 기록하는 등 국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마비노기 판타스틱 데이.   넥슨

유저 친화적인 전략으로 성공 신화를 쓴 로스트아크의 행보는 국내 게임업계에 적잖은 화두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업계 맏형들이 주기적으로 쇼케이스를 개최해 유저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힘쓰는 등, 이제는 소통이 게임사의 필수 덕목으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넥슨의 마비노기는 최근 꾸준한 개선 업데이트와 이용자 친화적인 운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트럭시위 당시 장장 14시간 동안 이어진 간담회 이후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위한 여러 가지 패치를 진행했다. 해묵은 개선 과제로 지적됐던 ‘다중 클라이언트’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밖에도 마비노기 측은 400여 개의 체크리스트를 준비해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에 힘써왔다. 신규·기존 이용자 모두가 흥미를 느낄 다양한 콘텐츠도 업데이트했다. 

지난달 25일 마비노기 서비스 18주년을 기념해 열린 ‘판타스틱 데이’도 호평을 받았다. 당시 민경훈 디렉터는 여름 업데이트와 관련된 계획을 발표하고 현장 및 온라인 유저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때 64비트 클라이언트와 통합 서버 경매장 등을 하반기 중에 선보인다고 예고해 호응을 얻었다. 

넥슨의 대표 IP(지식재산권)인 ‘메이플스토리’ 역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 이후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라이브 쇼케이스에 주기적으로 참석해 유저들과 소통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DESTINY’ 쇼케이스를 둘러싸고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추가적인 라이브 토크쇼를 개최해 피드백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메이플스토리 빵’ ‘먹방’을 진행하는 등의 이색 행보로 ‘빛원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유저 친화 전략에 힘입어 메이플스토리는 지난달 30일 여름 업데이트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는 한 때 PC방 점유율 7.56%를 기록했는데, 이는 PC방 점유율 집계기준으론 2018년 이후 메이플스토리가 기록한 최고 수치다.

프로젝트M 개발진이 유저들의 궁금증에 답하고 있다.   엔씽 캡처

엔씨소프트 역시 변화의 초석으로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지난 5월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신작 ‘프로젝트M’의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시작한 ‘엔씽(NCing)’이 핵심이다. 엔씽은 게임 개발 단계부터 소통을 지속하며 이용자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는 오픈형 R&D 개발 문화다.

엔씨는 지난 6월 27일 ‘프로젝트M 개발자들이 밝히는 트레일러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영상 댓글에 PD와 개발팀장이 직접 답하는 시간’ 등의 영상을 통해 이용자와 소통하는 행보를 보여 기대감을 높였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엔씨소프트가 대외적으로 변화를 보이려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개발 과정에서 고객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펄어비스는 지난 16일 3년 만에 열린 오프라인 행사인 ‘VOA 서울’에서 유저 100여명과 함께 축제와 같은 이벤트를 열고 긴밀한 소통을 나눠 호평 받았다. 그라비티는 오는 31일 ‘라그나로크’의 출시 20주년을 맞아 향후 업데이트, 이벤트 등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간담회를 예고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트럭시위 이후 게임업계 분위기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며 “로스트아크의 사례처럼 유저들과의 소통은 소비자 만족 외에도, 게임의 완성도와 수명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짚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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