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 재정 쌓으면 썩는다"더니..야당된 민주당 180도 변했다
대선 직전까지도 재정 확장 정책을 대대적으로 펴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국가 재정이 튼튼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펼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감세’ 등 세제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것인데, 학계에선 “민주당 입장이 야당이 되자 180도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 민주당 “재정 튼튼해야”…여당 땐 “쌓으면 썩는다”며 지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감세(최고세율 25%→22%)를 겨냥해 “‘부자 감세’로 비판받은 이명박 정부 정책을 재탕한 수준”이라며 “소수 재벌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세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의 방향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온통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뿐”이라고도 했다.
이튿날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 사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이 튼튼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재정을 확충해야 하는데 정부는 정반대로 대기업과 부자 감세를 한다”고 말했다. 두 발언 모두 법인세 등 감세 정책이 국가 재정 부실을 초래한다는 취지였다. 학계에서도 “원론적으로는 감세가 재정 건전성에 악화 요인이라는 지적은 있을 수 있다”(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신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민주당의 이런 주장에 대해 ‘내로남불’이란 지적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땐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야당이 되니 반성도 없이 박한 태도를 보이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도 “민주당은 집권했을 때 정신없이 돈을 써서, 재정을 망가뜨렸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학계와 야당(당시 국민의힘)은 물론, 재정 당국의 우려에도 줄곧 재정 확장 정책을 폈다. 2019년 5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고 제동을 걸자, 문 대통령이 40%라는 수치의 근거가 뭐냐며 “적극 재정을 펼 여력이 있다”고 나무란 적도 있다.
그해 11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현 민주당 의원)은 재정을 확충하라는 각계 요구에 “곳간에 있는 작물들은 계속 쌓아두라고 있는 게 아니다.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두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뒤론 그런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문재인 정부 5년 임기 동안 10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총 151조원을 추가 지출했고, 국가채무는 400조원 이상 급증했다. 결과적으로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 이하 유지도 깨져 50%대가 됐다. 하지만 대선 직전까지 민주당 대선 후보(이재명 의원)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어도 문제가 없다”(지난해 12월)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감세가 곧 재정 건전성 악화는 아냐”
민주당에선 자신들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로 상황 변화를 꼽는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가 만들어낸 유동성 잔치가 끝나가고 있다”(박홍근 원내대표)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은 비상한 경제 상황으로 대다수 국민이 불안하고, 삶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위기 국면”이라며 “문제는 이런 어려움이 이미 대선 전부터 예고됐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민주당은 불과 몇 개월 만에 뭐가 어떻게 달라진 건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안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7월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홍 부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안’ 카드까지 거론했던 모습과 현재 입장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학계에선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감세 자체가 재정 건전성 악화로 곧장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신 교수는 “재정은 지출 구조조정 등 다른 조건과 함께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고,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도 “지출 구조조정이 동반되면 (감세가)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국내 조세부담률은 ‘최적 조세부담률’을 초과해 조세가 경제를 위축시키는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떨어진 재정지출 효율성을 감세로 보완해, 성장의 지속가능성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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