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盧 면전서 '盧 빨갱이' 민심 전해..尹, 그런 참모 있나" [역대 정권 키맨의 尹위기 진단③]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년차부터 지지율 위기를 겪었다. 60%대로 시작했던 지지율은 첫 해 말 20%대로 떨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그 때 선택한 대통령비서실장이 김우식 당시 연세대 총장이다. 탄핵소추 등 굴곡이 있었지만 1년 6개월의 김 전 실장 재임 기간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20일 서울 정동의 식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 “말실수와 인사 문제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존재감 없는 참모들의 문제를 꼬집었는데, 노 전 대통령에게 ‘빨갱이’라는 시중 얘기를 전한 일화를 설명하며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초반으로 떨어졌다.
A :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높아야 국정운영 동력이 생긴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냉정하게 왜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성찰해볼 때다.”
Q : 왜 신뢰를 잃었다고 보나.
A : “말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굉장히 임팩트(효과)가 크다. 작은 말실수는 할 수 있지만, 자꾸 반복되면 회복이 어렵다. 피터 드러커가 ‘내가 무슨 말을 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들었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명심해야 한다.”
Q : 말실수가 나오는 도어스테핑을 중단해야 하나.
A : “정기적인 기자회견을 활용하는 게 맞다. 공약 파기 비판에 대해선 ‘저도 인간이다보니 감정적인 말이 나올 때가 있고, 실언도 했다. 양해해달라’고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면 이해 못할 사람 있겠나.”
Q :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인사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다.
A : “윤 대통령이 경험이 적어 자신이 잘 아는 검찰 출신 인사를 주로 등용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국민이 보는 잣대로 적재적소가 아니다, 부적절하다라는 말이 나오면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지지율이 떨어진다.”
Q : 노 전 대통령의 인사는 어땠나.
A : “청와대에서 매주 수요일에 비서실장 주재로 인사추천위원회를 열었다. 후보를 두 명 정도로 추리고, 그 결과를 바로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이 ‘어느 후보가 나은 것 같냐’고 묻고, 내가 답하면 노 전 대통령이 선택했다. 적어도 나한테는 인사 추천 과정에선 ‘누구 시켜라’라고 말한 적은 없다.”
김 전 실장은 ‘보수 인사’라고 자처해왔다. 그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로 두 번 불러 “나라를 위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김 전 실장이 수락했고, 2004년 2월 임명됐다. 기자가 ‘강성 진보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임명이었나’고 묻자 “그런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Q :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을 임명했듯, 윤 대통령도 그런 인사가 필요한가.
A : “그렇다고 본다. 내가 청와대 들어가면서 ‘갈등 해소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노 전 대통령에게 말했다. ‘국민을 다 끌어안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대편에서 어떻게든 대통령을 꺾으려고 한다’고도 했다. 보수 인사도 많이 만나 노 전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Q : ‘쓴소리 실장’으로도 유명했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노 전 대통령 장인의 남조선노동당 경력을 말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도 ‘빨갱이’라고 했다. 이 얘기를 노 전 대통령에게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그런 얘기는 꺼내지 마세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래서 내가 ‘그런 얘기 안 들으시려면 제가 왜 여기 와 있나요’라고 한 적이 있다. 터놓고 별 얘기를 다 했다.”
Q : 윤 대통령 주변엔 쓴소리를 하는 측근이 없다고 한다.
A :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측근, 참모가 필요하다. 특히 윤 대통령은 경험이 적기 때문에 경험적 얘기를 많이 해줘야 한다.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사들과 얼마나 가깝게 지냈나. 그런데 요새 측근들의 행태를 보면 지지율이 떨어질 만 하다. 자중지란이다. 보수층에서도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말이 나온다.”
Q : 윤 대통령이 경제 상황 대응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A : “내가 청와대 있을 땐 주기적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학계로부터 배우는 것도 있지만, 우리의 생각을 학계에 전달하는 역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호 세력이 적다. 경제 정책에 대한 학계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대통령실 참모들이 이런 세미나도 열어야 한다.”
Q : 김건희 여사의 행보도 논란인데.
A : “제2부속실을 만들진 않더라도 2~3명 전담 직원을 배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김 여사에게 불우아동이나 다문화가정을 돕는 봉사활동 기회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풀어가야 한다.”
Q : 윤 대통령에겐 광복절 사면이라는 과제도 앞에 놓여 있다.
A :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만하면 됐다. 사면해줘야 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마찬가지다. 김 전 지사는 청와대에서 일할 때 1부속실 행정관으로 있어 잘 안다. 사람이 아주 괜찮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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