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풀어헤친채 "난 걸려봐서 괜찮고, 넌 수퍼면역"..과연? [Q&A]
경기 안양시에 사는 직장인 전지윤(40ㆍ가명)씨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ㆍ호흡곤란을 일으키는 폐질환)을 앓는 60대 아버지와 함께 산다. 전씨는 “아버지가 코로나19에 걸리면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 2년 넘게 가족 모두 조심조심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네 식구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최근 전씨는 직장 상사가 회식을 강요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전씨는 “요즘 다시 확진자가 늘어서 몸을 사리는데, ‘이제껏 안 걸린 사람은 수퍼 항체를 가져서 괜찮다더라’며 회식에 빠지지 못하게 한다”며 “정말 그런 게 있긴 있는 거냐”고 하소연했다. 전씨의 직장 상사는 지난봄 코로나19 대유행 때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겪어보니 별거 아니었다”며 사무실 내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누적 확진자 수가 1900만명(전체 인구의 37%)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국민이 직ㆍ간접적으로 코로나19를 경험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씨의 상사처럼 “코로나19를 겪어본 내가 제일 잘 안다”며 자신하는 이들이 많다. 일부는 코로나19에 여러 번 노출됐지만 ‘수퍼 항체’를 가져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미 한번 걸렸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과 4차 접종ㆍ재감염과 관련한 궁금증을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도움말을 받아 1문 1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도움말=질병관리청,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Q : 2년 반 넘는 코로나19 사태에도 한 번도 코로나19를 앓지 않은 이른바 ‘네버코비드 족’이 3200만명에 달한다.
A : 확진자 통계치를 거꾸로 봐야 한다. 3200만명이 미확진으로 집계되지만, 검사를 받지 않고 지나간 무증상 확진자가 최소 20% 정도는 된다고 본다. 전 국민의 50% 이상은 한 번 이상 감염된 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재유행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백신을 맞지 않은 고위험군 네버코비드 족이다.
Q : 미감염자들 중에 코로나에 노출되더라도 막아내는 ‘수퍼 항체’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까
A : 코로나19 감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본다. 항간에서 말하는 수퍼 항체란 말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단어는 아니다. 정말 감염되지 않았던 사람, 재감염 혹은 3회 감염자의 접종력, 마스크 착용률, 활동 범위 등을 연구하면 뭔가 나올 수 있다. 수퍼 항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 항체보다는 백신 맞고, 마스크 쓰고, 불필요하게 사람을 만나지 않는 등의 특징이 두드러질 것으로 추정된다. 항체 여부보다 백신 접종을 잘하고, 주의 깊은 사람이 덜 걸리는 것이다. 수퍼 항체가 아니라 수퍼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Q : 이미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은 안심해도 되나.
A : 지난 9일 기준 국내 재감염 추정 사례는 7만7200명(0.422%)이다. 이 중 3회 감염자도 108명(0.1%)이다. 팬데믹 상황에선 재감염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속적인 변이의 등장, 면역력 감소 때문이다. 지금 국내 우세종이 된 BA.5 변이의 면역회피능력은 35%로 알려졌다. 특히 고위험군의 경우 첫 감염에서 무사했더라도 재감염되면 위험할 수 있다. 재감염 시 입원확률은 3배, 사망확률은 2배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Q : 완치 후 3~6개월간 자연면역이 유지된다는데, 적어도 그 기간에는 안전하지 않나.
A : 질병청의 지난 5월 분석에 따르면 재감염자 중 약 5%는 완치 후 90일 이내에 또 감염됐다. 전파력과 면역을 뚫는 능력이 더 강한 BA.5가 유행하면서 이 수치는 더 증가할 수 있다. 특정 기간 이내라 해서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면역력은 약해진다.
Q : 50대까지 4차 접종 대상이 됐다. 건강한 50대라면 지금 접종을 하는 게 좋을까.
A : 4차 접종 대상에 포함된 50대의 경우 40대에 비해 치명률은 약 4배, 중증화율은 약 3배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할 경우 50대에서도 중증화ㆍ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방역당국은 50대의 경우는 기저질환자가 많고 자기가 병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미진단 기저질환자도 많기 때문에 4차 접종을 하라고 권고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지난 15일 4차 접종 효과 분석 결과 50대 이상에서 4차 접종 후 예방 효과 80%로 3차 접종 후 4개월 시점에서의 수치인 55%보다 현저하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4차 접종군의 사망률은 3차 접종군 사망률 대비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Q : 접종 뒤 코로나19에 확진된 경우에도 4차 접종을 해야 하나
A : 3차까지 접종하고 감염됐다면 자연감염이 일종의 4차 접종에 해당된다. 확진 후 3~4개월이 안 됐다면 굳이 서둘러 맞을 필요 없다. 다만 2차 접종을 한 상태에서 감염됐고, 3~4개월이 지났다면 4차 접종을 하는 게 좋다. 이제 2차 접종은 잊어야 한다. 2차 접종만으로는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거의 예방효과가 없다. 변이가 이어지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 3차와 4차 접종이 기본 접종이 된 셈이다.
Q : 앞으로 코로나19 유행은 어떻게 될까. 이번 유행 이후 가을~겨울에 또 재유행이 온다는데 내년에도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아야 할까.
A : 향후 유행 전망은 알 수 없지만, 내년에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게 될 가능성은 높다. 지금 팬데믹(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화)으로 가는 시기인데 결국 앞으로는 계절독감(인플루엔자)처럼 매년 10월 고위험군, 필수 의료진이 맞을 것 같다. 다만 그 시기가 내년일지, 내후년일지 그 뒤일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추가 변이가 나올 수 있어 아무리 전망해봐야 고작 3개월 정도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장은 지난 18일 “누군가 내게 ‘아무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게 되면 그만두라’고 말한다면 나는 105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치가 올해 81세이니 그는 코로나19가 앞으로 20여년은 더 유행할 거라 전망한 것이다.
이에스더ㆍ이우림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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