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자 감세' 프레임..野, 보수 정권 세제개편 발목잡기
"법인세 인하 반대..소수 재벌에 혜택"
"정부안 국회 제출되면 상임위서 수정"
더불어민주당이 21일 '감세'로 요약되는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민주당은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3%p 낮추고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기로 한 방침 등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세제 혜택이 대기업과 부유층에 집중됐다는 게 그 이유다. 세제 개편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국회 문턱을 통과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세제 개편 정국의 최대 걸림돌은 법인세 인하다. 정부는 현행 4단계 구간을 2·3단계로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p 인하한다. 정부는 또 가업상속공제 범위를 기존 매출액 4000억원에서 1조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기업 감세 방침을 내놨다.
민주당은 소수 재벌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부자 감세'라며 정부 원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08년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폐기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른 경제, 세제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법인세를 25%에서 22%로 낮추겠다고 하는데 법인세의 실제 실효세율은 17% 내외"라며 "다른나라보다 높다고 하는데 외형적으로 미국보다 조금 높아 보이지만 미국은 소위 주세(州稅)가 거의 8~10% 빠져있는 세금이다. 미국 지방정부 세금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법인세도 높다"고 강조했다.
과표구간 5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는 특례세율 10%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정식으로 묻는다. 대한민국에 과표 기준 매출 3000억원 이상 이익을 내는 기업 중 법인세율이 높아서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이 단 한 군데라도 있으면 얘기해보라"며 "윤 정부는 재벌과 초특급 부자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정부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제 개편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첫 대책이 '부자 감세'로 비판받은 이명박 정부 정책을 재탕한 수준"이라며 "소수 재벌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세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종부세를 과도하게 완화하는 것 역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1주택자나 불가피한 2주택자 등에 대해서는 가급적 두터운 보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2주택 또는 3주택 이상의 주택에 불필요한 소비를 통해서 과도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으려고 하는 것까지 (감세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과도한 다주택을 통한 부동산 불로소득 혹은 투기는 차단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도 민주당이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제동을 거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13조1000억원 상당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2008년 세법 개정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일시적인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감세가 결국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온통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뿐"이라며 "국채 발행은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감세로 세수가 줄어들면 무슨 돈으로 서민을 지원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철회하고, 각종 감세 수위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의장은 "고유가, 고물가 시기 다수의 국민과 서민들의 복지와 교육을 지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겠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며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와 공론을 거쳐서 타당한 부분은 반영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국민 이익을 대변하는 차원에서 적절하게 잘못된 취지를 반영해서 입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與 "민주, 야당일 때마다 '부자 감세론' 주장"
법인세 인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단행
이는 민생을 챙기는 서민·중산층 정당 이미지를 강조함과 동시에 윤석열 정부에 '친재벌' 프레임을 씌워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만 '부자 감세'라고 비판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이번 세제 개편안의 최대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노태우 정부(34%), 김영삼 정부(28%), 김대중 정부(27%), 노무현 정부(25%), 이명박 정부(22%)를 거치면서 점차 낮아졌다. 기업 사기 진작과 경제활성화가 그 명분이었다. 즉 법인세 인하가 보수 정권에서만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낮아진 법인세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까지 유지되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25%로 상향했다.
게다가 민주당이 여당이던 지난 정권에서는 열 번의 추경을 단행해 총 151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노무현 정부(17조1000억원), 이명박 정부(33조원), 박근혜 정부(39조9000억원) 추경 규모를 합산한 것의 1.7배에 달한다.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강조해온 민주당이 이제 와서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감세를 반대하는 건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은 야당일 때마다 철 지난 '부자 감세론'을 주장하는데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며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법인세를 인하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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