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과표 15년만에 조정, 근로자 체감은 크지 않을 듯
정부가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기로 함에 따라 내년부터 직장인의 소득세 부담이 줄어든다. 연봉이 5000만원인 직장인은 현재 평균 연간 170만원의 소득세를 내고 있다. 내년엔 152만원으로, 올해보다 18만원 줄어든다. 연 780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면 현행 530만원에서 476만원으로 소득세가 54만원 준다. 소득·세액공제를 포함해 평균 낸 것이다. 내년엔 식대 비과세 혜택도 확대된다. 월 20만원의 식대를 받는다면 5000만원의 급여를 받는 사람은 세 부담이 연평균 18만원 감소한다. 과표 조정까지 고려하면 소득세가 총 36만원 감소한다.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엔 이런 내용의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이 포함됐다. 2008년 이후 유지되던 소득세 하위 과표구간을 상향한다. 물가는 빠르게 상승하는데 과표가 그대로다 보니 사실상 증세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잇따라서다. 정부는 8단계 과표구간 중 하위 3구간을 조정한다. 현재 ▶1200만원 이하 6% ▶1200만~4600만원 15% ▶4600만~8800만원 24% 소득세율을 적용하는데 이를 ▶1400만원 이하 6% ▶1400만~5000만원 15% ▶5000만~8800만원 24%로 바꾼다.
물가 상승을 고려해 통상 월급에 포함되는 식대 비과세 한도도 상향한다. 현행 월 10만원의 식대엔 과세를 하지 않는데, 한도를 월 20만원까지 늘린다. 직장인 급여에 따라 과표구간이 다른 만큼 세 부담 감소액에도 차이가 있다. 20만원의 식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총급여가 4000만~6000만원 수준이라면 지금보다 평균 월 18만원의 소득세를 덜 낸다. 총급여가 8000만원인 직장인은 세 부담이 29만원 줄어든다.
서민·중산층 물가 부담 경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과표를 조정했지만, 근로자 체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본 인적공제만 가정했을 때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근로소득세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6.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전 월 급여 상승률은 연평균 2.8%에 그쳤다. 이번 과표구간 조정이 물가·임금 상승을 반영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신용·체크카드 등 소득공제 지원이 강화된다. 연 소득의 25%를 초과한 신용·체크카드 사용금액은 소득공제가 되는데 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분(40%)과 도서·공연 등 문화 소비(30%)는 공제율이 신용카드(15%)보다 높다. 이 같은 추가공제 대상의 한도가 내년부터 높아진다. 현행은 전통시장·대중교통·도서공연 항목별로 100만원씩 공제한도가 설정돼 있다. 개정안은 이를 통합해 한도를 적용하는 식이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는 공제한도 300만원, 7000만원 초과는 200만원이다.
예컨대 연봉 7000만원의 근로자가 대중교통에 200만원을 쓰고, 책을 사는 데 100만원을 쓴다면, 현 제도로는 200만원 공제에 그치지만 개정안을 적용하면 300만원을 모두 공제받는다. 또 내년부터는 도서·공연 등 문화 관련 공제 대상에 영화관람료도 포함한다. 기본공제 한도는 3구간에서 7000만원 이하(한도 300만원), 7000만원 초과(한도 250만원) 2구간으로 단순화해 적용한다.
무주택 세대주는 월세 세액공제를 15%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현행 12%에서 15%로, 5500만~7000만원은 10%에서 12%로 세액공제율이 상향된다. 공제한도는 750만원으로 동일하다. 주택임차금 원리금 상환 소득공제 한도도 연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린다.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대입전형료·수능응시료도 추가한다.
퇴직소득세 부담은 줄어든다. 퇴직금은 근속연수를 따져 공제하는데 이 공제를 확대한다. 근속연수가 길수록 공제액이 더 커지는 식이다. 퇴직금이 5000만원인 경우 10년을 근무하고 퇴직할 때 현재는 146만원을 퇴직소득세로 내야 하는데, 개정 이후라면 80만원으로 줄어든다.
연금계좌 세제 혜택도 확대한다. 연 총급여 ▶5500만원 이하 ▶1억2000만원 이하 ▶1억2000만원 초과로 공제율과 공제한도를 적용해 왔는데 ▶5500만원 이하 ▶5500만원 초과 두 구간으로 단순화한다. 공제율은 5500만원 이하는 15%, 초과는 12%로 지금과 동일하다. 현행 최대 700만원인 공제 납입한도는 일괄 900만원까지 늘어난다. 퇴직연금계좌 등을 제외하고 연금저축 단일 공제 한도는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상향한다.
해외여행을 자주 간다면 특히 체크해야 할 변화도 있다. 2014년부터 유지된 600달러의 면세한도를 800달러로 늘린다. 지난해 1인당 소득수준이 2014년보다 약 30% 늘어난 점을 반영했다. 별도로 한도를 적용하는 술의 경우 현재 1병에서 2병까지 면세로 들여올 수 있다.
친환경차(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 감면 적용기한은 2024년 말까지 2년 연장한다. 18세 미만 자녀가 3명 이상인 다자녀 가구는 내년부터 300만원 한도에서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면제받는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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