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8.6%에 놀란 유럽, 인플레 잡으려 '빅스텝'
치솟는 물가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결국 고육책을 꺼내들었다. ECB는 기존에 예고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대신 0.5%포인트(빅스텝)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경기 부양을 위해 2016년 3월부터 유지해 오던 유로존의 제로(0%) 금리 시대가 6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ECB는 21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와 수신금리, 한계대출금리 등 3개 정책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올린다”고 발표했다. ECB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빅스텝 인상은 2000년 6월 이후 22년 만이다. 이에 따라 기존 0%였던 기준금리는 0.5%가 됐다. 마이너스 0.5%였던 예금금리도 같은 폭으로 인상돼 0%가 됐다.
ECB는 이날 “(급등하는) 물가가 중기적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연 2%대로 낮아질 수 있도록 (기준금리를 비롯한) 3대 주요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상키로 결정했다”며 “정책금리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은 (6월의) 이전 회의에서 시사했던 것보다 더 크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CB의 빅스텝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하는 19개 EU 회원국)의 ‘제로 (기준)금리’와 ‘마이너스 (예금) 금리’ 시대가 동시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ECB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에 돈을 풀어 왔다.
이 과정에서 2008년 10월 연 3.75%였던 기준금리는 2016년 3월 0%까지 내려갔고, 그동안 제로 금리를 유지해 왔다. 특히 예금 금리는 2014년 6월부터 -0.1%로 내려갔고, 2019년 9월에는 -0.5%까지 기록하며 이른바 ‘마이너스 금리’를 이어 왔다.
당초 ECB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오는 9월에 추가 인상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예고를 깨고 0.5%포인트 인상을 전격 결정했다.
유로존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6% 상승했다. 8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상승률로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약세를 이어가는 유로화 가치도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높이게 만든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 에너지 위기 등이 맞물리며 미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4일에는 ‘1유로=1달러’ 인 패리티마저 깨졌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 압력과 유로화 약세에도 ECB가 빅스텝까지는 밟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경우 국가 부채가 많은 남유럽 국가의 경기 침체와 재정 건전성 악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 등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51%로 2010~2012년 재정위기 당시(122%)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그리스는 국가부채 비중이 국가 경제 규모의 두 배(193%)에 육박한다.
이에 ECB는 금리를 올리면서 ‘분절화 방지책’도 내놓았다. 이날 ECB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19개 유로존 국가 중 부채가 많은 국가에 대한 새 채권 매입 프로그램인 TPI를 승인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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