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수낵이냐, 대처 키즈 트러스냐..영국 총리 2파전
영국의 차기 총리 후보 경쟁이 인도계 전 재무장관과 여성 외교장관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집권 보수당은 총리가 될 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리시 수낵(42) 전 재무부 장관과 리즈 트러스(47) 외교부 장관이 최종 후보가 됐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보수당 하원의원 투표에서 수낵 전 장관이 137표로 1위, 트러스 장관이 113표를 받아 2위에 올랐다. 두 사람은 6주간 약 16만 명인 보수당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8월부터 9월 2일까지 열리는 당원 우편·온라인 투표로 차기 보수당 대표이자 78대 영국 총리가 결정된다. 당선인 발표는 9월 5일이다.
존슨 총리 내각에서 활동한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40대 옥스퍼드대 출신 총리가 된다. 40대 총리의 등장은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당시 44세) 이후 12년 만이다.
수낵 전 장관이 당선되면 초대 영국 총리 로버트 월풀이 취임한 1721년 이래 301년 만에 첫 비(非)백인 총리가 된다. 그는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이주한 이민 3세다. 골드먼삭스와 헤지펀드 등에서 근무한 금융인으로 2020년 2월 재무장관에 취임해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달 초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인사 관련 거짓말 논란이 불거지자 장관직을 사퇴하며 총리 사임을 끌어냈다. 다만 최근 인플레이션 등 영국 경제가 어려워지며 인기가 하락세다. 재무장관 재임 중 미국 영주권 보유 사실이 드러났고, 인도 IT 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부인 악샤타 무르티가 탈세 의혹에 휩싸이며 비판을 받았다.
트러스 장관이 당선되면 마거릿 대처(재임 1979~1990년), 테리사 메이(2016~2019년)에 이은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그는 대외 정책에서 매파 이미지로 주목받았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에선 EU 잔류를 지지했으나, 이후 브렉시트 지지자로 변신했다. 외교장관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대(對)러시아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트러스 장관은 롤모델로 ‘철(鐵)의 여인’ 대처 전 총리를 꼽는 ‘대처 키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착용한 옷이 대처 전 총리가 1987년 모스크바 방문 때 입은 옷과 비슷했다. 말투나 사진 포즈까지 대처 전 총리를 따라 하며 “철의 여인 스타일을 훔쳐 정치적 입지를 넓힌다”(텔레그래프)는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은 대학 동문이지만 경제정책은 엇갈린다. 수낵 전 장관은 증세를 통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트러스 장관은 수낵 전 장관이 영국을 침체로 몰아넣었다며 취임 첫날 법인세 등을 감면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원의원 경선에선 수낵이 1위였지만, 당심에선 트러스가 앞선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지난 20일 보수당원 72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수낵 전 장관은 트러스 장관에게 35대 54로 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러스 장관이 총리가 될 확률이 59.3%, 수낵 전 장관은 40.6%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러스 장관은 60대 이상 지지율이 절반을 넘고 97%가 백인인 보수당 당원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라며 “수낵 전 장관은 언더독(약자)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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