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안 왔다" 우긴 여성, 신고한다고 하자 "내 남친 변호사"
한 여성이 “택배가 안 왔다”며 택배기사에게 항의했는데, 알고 보니 배송도 제대로 됐고 본인이 직접 수령하기까지 했던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MBC ‘엠빅뉴스’는 택배기사 김모 씨가 지난달 겪은 사연을 전했다. 김씨가 공개한 녹취록과 문자메시지 내역 등에 따르면, 김씨는 이로부터 4일 전인 6월 16일 여성 A씨의 택배를 A씨 집 주소로 배송했다.
이후 A씨는 6월 20일 김씨에게 전화해 “배송이 됐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지만 실제로 물건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제대로 배송했으니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A씨는 “해외 직구라서 열흘 이상 기다렸는데 모르겠냐. (안 온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일단 A씨가 주문했다는 해외 직구 의류 제품 20만 원 상당을 사비로 보상했다. 물건을 찾으면 환불을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A씨에게 “고가의 물건이고 도난 가능성이 있으니 경찰을 대동해 CCTV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김씨에게 “여긴 CCTV가 없다”고 했다. 수상하다는 생각이 든 김씨가 다시 A씨 집 인근을 살펴본 결과 CCTV가 설치돼 있었다. CCTV엔 6월 16일 오후 12시쯤 김씨가 A씨 집 앞에 문제의 택배를 제대로 배송하고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놀라운 것은 김씨가 A씨 집에 택배를 배송했던 날 이튿날 새벽 시간에 A씨가 택배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는 장면이 CCTV에 담겼다는 점이다.
하지만 A씨는 김씨에게 연락해 “사고 접수를 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A씨에게 CCTV를 본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릴 테니, 신중하게 집 안을 다시 찾아보시라”고 했다. 이에 A씨는 “기회를 준다니 짜증 나게 무슨 소리냐” “없다니까요”라며 화를 냈다.
A씨는 김씨가 “내일까지 사과 문자를 보내지 않으면 경찰에 접수하겠다”고 하자 “내가 가져갔다는 증거도 없지 않나”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저희 집엔 아예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대화 도중 A씨는 수차례 김씨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그 뒤로도 A씨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씨를 향해 “2주나 기다린 바지인데 왜 (내가) 기억을 못 하냐. 정말 안 왔다. 떳떳하다” “바지가 안 와서 다시 2개 주문했다”고 주장하는 등 항의를 이어갔다.
그런데 A씨는 1시간 뒤 쯤 돌연 김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다시 생각해보고 찾아보니 배송돼 있더라. 정말 너무 죄송하다. 쇼핑몰 사진이랑 너무 달라서 다른 옷이 온 줄 알았다. 제 착오로 기분 상하게 해 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씨는 A씨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기로 결심하고 “경찰서에서 얘기하자”고 했다. 그러자 A씨는 또 다시 태도를 바꿔 “네? 기회 주신다면서. 제 남자친구가 변호사예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황당했지만, 경찰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MBC 인터뷰에서 “고객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동료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제보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그냥 넘어가 버리면 다른 기사님들도 포기를 할 수 있으니, 이왕이면 증거 자료가 있으면 이렇게(법적으로 처리가) 된다고 해서 같이 힘을 얻었으면 하는 취지에서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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