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가치에 비해 너무 싸더라"..문체부장관에 하소연한 작품
“작품에선 어떠한 장애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가치에 비해 값이 너무 싸더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받다 안타까운 듯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날 박보균 문체부 장관 업무보고의 주된 주제는 개방된 청와대의 활용 방안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청와대 개방 못지않게 장애인 작가에 대한 공정한 기회를 강조했다. 문체부 업무보고에서 장애인 예술가가 주된 주제로 등장한 건 전례가 드문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엔 박보균 문체부 장관, 오후엔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번에도 부서에선 장관만이 참석한 독대 업무보고였다. 박보균 장관은 ▶청와대 활용 청사진 ▶ 4조 8천억원의 K콘텐츠 모태펀드 조성 ▶청년예술인 지원 ▶장애 예술인지원 기본계획 수립 ▶지역균형 문화대책 등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본관과 영빈관 등 청와대 공간이 국민의 복합 예술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기획해달라”며 “청와대의 소장 작품과 국내의 좋은 작품을 전시해 국민이 쉽게 감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찾았던 발달 장애 예술가 전시회를 언급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박 장관에게 “너무나 훌륭한 작품들이 많아 깜짝 놀랐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공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라도 신진 작가와 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우선 구매하고 이들의 전시와 공연 공간을 많이 확보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윤 대통령 집무실에는 발달장애인인 김현우 작가의 ‘퍼시잭슨 수학드로잉’이 걸려있다. 이 작품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소개한 그림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공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장애인 작가 지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박 장관에게 “이건희 컬렉션을 비롯한 국가 보유 미술품의 지방 순회 전시를 활성화해 모든 지역이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보장하도록 해달라”며 “코로나19로 소진된 영화발전기금도 대폭 확충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청와대의 콘텐츠와 건축물을 매력적으로 조합해 청와대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게 청와대 2단계 개방의 컨셉트”라며 “청와대가 격조 있는 문화 예술 전시장으로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후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 전시는 베르사유 궁전처럼 건축의 원형을 보존하며 전시하는 개념”이라며 “은밀한 장소에서 소수의 권력자만 즐겨왔던 걸작들을 올해 가을엔 감상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외교부 업무보고에선 박진 장관으로부터 ▶제재와 대화가 병행된 북한 비핵화 추진 ▶ 한·미간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한·일관계 복원 및 한·중관계 발전 ▶능동적 경제안보 및 과학기술 외교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등을 보고받았다. 지난 1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귀국한 박 장관은 이날 한·일 관계와 관련해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추구하고 과거사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노력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에선 전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사적 채용, 측근 불공정 인사 등으로 드러난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한 것에 대해 “야당 정치인의 발언에 대통령이 언급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파업 사태에 대해선 “불법 행위를 빨리 풀고 정상화 시키는 게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22일엔 국방부와 함께 한차례 순연됐던 통일부 업무 보고를 받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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