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5대 4 '합헌'.. 타투이스트, 30년째 불법 딱지

손가영 2022. 7. 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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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청구 '기각'..김도윤 타투유니온지회장 "재판관 문화수준이 원시인"

[손가영 기자]

"2022년도에 할 수 있는 가장 한심스러운 결정이다. 타투가 의료행위라고 얘기하는 재판관의 문화 수준은 사족보행을 면치 못할 원시인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어서 빨리 직립보행 할 수 있는 진화를 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대표자는 정갈하게 입장을 얘기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항상 공개 석상에서 발언 수위를 자제해 온 김도윤 타투유니온지회장이 이날은 작심한 듯 말했다. "헌법재판소든, 법원이든, 사법을 행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도 소리쳤다.

21일 오후 열린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에서 헌법재판소가 '타투는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정한 뒤다. 김 지회장은 선고 방청 직후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나와 "(재판관들은) 2022년도에 타투가 의료행위라 말하는 모습을 거울로 보고, 스스로의 덜떨어진 문화 수준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비판했다.

헌재 또 타투=의료행위.. 합헌 근거는 1992년 대법원 판례
 
 타투유니온 조합원이 "사족보행을 면치 못한 헌법재판관들의 진화를 간절히 기도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입장문을 들고 있다.
ⓒ 손가영
 
이날 헌재는 지난 3월31일 있었던 문신사중앙회 등의 헌법소원 사건에서와 똑같은 판정을 내놨다. 공중위생에 미칠 영향, 보건위생상 위험 등을 고려할 때 타투 시술을 의료인에게만 허용하는 의료행위로 규정한 의료법(27조)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관 의견도 '합헌 5 - 위헌 4'로 똑같이 갈렸다. 유남석·이선애·이은애·이종석·문형배 재판관 5명은 현행 의료법이 합헌, 김기영·이미선·이석태·이영진은 위헌을 택했다. 법률의 위헌 결정은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6명의 선을 넘기지 못했다.

합헌 의견 "의료법 및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 고려하면 의료행위는 질병 예방이나 치료 행위 외에도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분명하게 해석된다. 문신 시술 자격제도 등의 대안이 있으나 보건위생상 위해가 우려돼, 입법부가 이를 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시술자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 볼 수 없다."

위헌 의견 "문신 시술은 치료목적 행위가 아닌 점에서 무면허의료행위와 구분된다. 사회적 인식 변화로 수요가 증가해 새로운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도 있다. 미국·프랑스·영국 등과 같이 문신시술자에게 의료인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도, 안전한 문신시술을 보장할 수 있으므로 실효성 있는 대안도 있다. 예술적 측면도 가지는 문신에 안전성만 강조해 의료인의 시술만 허용하면 수요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해 불법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합헌 근거는 1992년 대법원 판례다. 당시 대법원은 "문신시술이 의사의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 시행되지 않으면 생명, 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염려가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앞서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했다. 이 판례로 타투이스트들은 30년 동안 '불법행위자'로 규정돼 처벌도 받아 왔다.

"사법부 싼 판례, 사법부가 치워라"
 
 김도윤 타투유니온지회장(왼쪽)과 곽예람 변호사가 21일 오후 헌법재판소 선고가 끝난 후 정문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손가영
 
김도윤 지회장은 이를 놓고 "똥은 자신들이 싸놓고 남보고 닦으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지회장은 "1992년 사법부 자신들이 일본의 판례를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해 타투를 불법이라고 판결해놓고, 이제 와서 '입법부가 해결하라' 한다"며 "본인들이 매듭을 잘못 지어 놓고, 입법부가 풀라는 것이다. 더 이상 입법부에 미루지 말고 자신들이 묶은 매듭은 자신들이 풀어라"고 말했다.

법률대리인 곽예람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이날 앞서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사건들과 비교하며 "다른 대안이 존재함에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해놓고, 왜 이 사건에 대해서는 달리 판단하는지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과잉금지원칙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헌법상 원칙을 말한다. 이 원칙에 따라 이날 헌재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현수막이나 광고물 게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 수사·정보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조회를 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곽 변호사는 이어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는 제도들을 왜 실효성 없는 제도라거나 생명권·건강권 보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제도라고 판단하느냐"며 "헌재가 이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면, 사실상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구성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들은 지금도 의료법 위반으로 간주되는 타투 시술로 인해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2019년 12월 타투 행위로 기소된 김 지회장 또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해 현재 2심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 중 2심 두 번째 공판 기일이 열린다. 

김 지회장은 "전 국민의 4분의 1이 타투(반영구 화장 포함)를 했는데, (헌재와 법원에 따르면) 이들이 범법자란 얘기이기도 하다"며 "10월에 있을 제 재판 결과를 잘 이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1인 시위를 지속하면서 55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차원에서도 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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