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거기간 집회·모임 금지한 공직선거법 일부 위헌"

김민중 2022. 7. 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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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1일 헌법재판소. 뉴스1

선거 기간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의 집회나 모임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의 일부에 대해 “지나치게 집회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또한 선거 기간 광고물, 표시물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들 일부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2024년 4월 10일 치르는 22대 총선에서는 선거 기간 집회나 모임 등에 변화가 예상된다.


김어준·주진우, 선거 토크콘서트로 기소되자 헌법소원심판


헌법재판소는 21일 방송인 김어준씨와 주진우 기자가 공직선거법 103조(각종집회 등의 제한) 3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103조 3항은 “누구든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라고 돼 있다.

헌재는 이 중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금지한 부분에 한정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의 개최까지 허용돼야 한다고 판단한 건 아니라는 의미다. 헌재는 “선거에서의 기회 균등과 선거의 공정성에 구체적인 해악을 발생시키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 정치적 표현까지 금지·처벌하는 건 과도하게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판단했다.

앞서 김씨 등은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4월 부산대 정문 앞 등에서 ‘나꼼수 토크 콘서트’ 등을 개최하고 당시 민주통합당의 정동영·김용민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가 공직선거법 103조 3항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2018년 4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김씨 등은 1심에서 각각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았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위헌 결정으로 관련 법 조항 내 해당 부분의 효력은 상실된다. 이에 따라 김씨 등은 무죄를 받을 확률이 높아졌고, 김씨 등이 열었던 식의 나꼼수 토크콘서트 같은 집회나 모임은 법에 저촉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다만 공직선거법 103조 3항에서 특정하는 집회나 모임이 아닐지라도 공직선거법 내 다른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조언(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이 나온다. 황 대표변호사는 “선관위에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방송인 김어준씨(왼쪽)와 주진우 기자. 중앙포토

‘현수막, 광고물 게시 금지’조항 헌법 불합치 판단


또한 이날 헌재는 공직선거법 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1항의 1조와 2조 등에 대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심판 대상이 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만, 즉각 무효로 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는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위 조항들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 7월 31일까지만 유효하다고 적시했다.

90조 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돼 있다. 1조는 ‘화환·풍선·간판·현수막·애드벌룬·기구류 또는 선전탑, 그 밖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하는 행위’이고, 2조는 ‘표찰이나 그 밖의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하는 행위’다.

헌재는 1조 항목 중 ‘그 밖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 설치·진열·게시’ 관련 부분을, 2조에서는 ‘그 밖의 표시물 착용’ 관련 부분을 각각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헌재는 공직선거법 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1항에 대해서도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93조 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 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라고 돼 있다.

헌재는 이 가운데 ‘광고, 문서·도화 첩부·게시’ 관련 부분과 ‘벽보 게시, 인쇄물 배부·게시’ 관련 부분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재는 공직선거법 68조(어깨띠 등 소품) 2항 등에 대해서도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다. 68조 2항은 “누구든지 제1항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기간 중 어깨띠, 모양과 색상이 동일한 모자나 옷, 표찰·수기·마스코트·소품, 그 밖의 표시물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라고 돼 있다.

1항은 “후보자와 그 배우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후보자와 함께 다니는 활동보조인 및 회계책임자는 선거운동 기간중 후보자의 사진·성명·기호 및 소속 정당명, 그 밖의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게재한 어깨띠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규격 또는 금액 범위의 윗옷(上衣)·표찰(標札)·수기(手旗)·마스코트, 그 밖의 소품을 붙이거나 입거나 지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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