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단식 직협 회장 만난 사이..서장들 "우리도 모인다"
국회 마비로 17일째 ‘경찰청장 후보자’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는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21일 윤 후보자는 다음달 2일로 예고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격하게 반발해 온 전국 직장협의회 대표들과 4시간20분 동안 간담회를 가졌다. 조직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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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자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다”
윤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장 후보자와 전국 직장협의회(직협) 대표 간담회’에 나서 “중립성과 책임성이라는 경찰제도의 기본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새로운 운영제도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전국 경찰 화상회의를 열어 시도청장을 상대로 직접 경찰 제도개선안 추진 경과를 설명한 지 사흘 만이다. 윤 후보자는 “이제 지휘부를 믿고 그동안 논의과정에서 보여주신 에너지를 경찰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모아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경찰 공무원 노조격인 직협은 경찰국 신설 논의 국면에서 삭발식과 단식 투쟁을 이어가며 가장 강하게 반대해왔다. 윤 후보자는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고,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같다는 공감대를 가졌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청장이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느꼈던 무게감이나 고민까지 진솔하게 털어놓으면서 같이 얘기했고, 직협도 상당 부분 공감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자는 “경찰국 신설이 국가 정책인데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경찰의 중립성과 책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되고 실제로 그렇게 노력을 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삭발에 이어 단식 투쟁을 하다 쓰러지기도 했던 민관기 청주흥덕경찰서 직협 대표는 “경찰국 신설은 현행법상 위법 논란이 있기 때문에 반대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전국경찰서장 회의 소식에 “최선인가”
경찰 지휘부가 이날 간담회로 반발 수위가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이 또 다른 불씨가 날아들었다. 전국 경찰서장들이 오는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모이기로 한 것이다. 총경급인 일선 서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경찰서장 회의 개최를 요구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서장들이 경찰서의 중추다. 서장을 통해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체적인 판단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는 것 같아서 보충하는 차원에서 모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에 불만이 큰 일선에선 서장 회의의 파급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경찰관은 “경찰청 지휘부가 다 눈 감고 입 닫고 있는데 모이자고 의견을 내는 간부가 지지를 안 받으면 이상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최일선 치안책임자인 서장들의 집단적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윤 후보자는 이날 직협 간담회가 끝난 직후 “얼마든지 다양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도 “총경이란 위치에서 그게 최선인지는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총경이란 직위에서 보호해야 할 주민들이 있잖아요. 의사표시 방법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세를 과시하는 것처럼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장관과 관계 설정이 관건
경찰 안팎에선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윤 후보자가 내부 반발을 제압하긴 위해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의 관계 재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지난 19일 윤 후보자와 이 장관이 헬기를 타고 대우조선해양 점거 현장을 살펴본 직후 이 장관이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선에선 “이미 행안부 치안본부가 됐다”라거나 “원래도 청장이 오더받고 했지 결정하는 입장은 아니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자들을 일일히 면접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터라 일선의 반응은 더 싸늘했다.
리더십에 대한 일선의 우려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국정운영 시스템 자체가 새롭게 변화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약간의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경찰국을 매개로 각각에 부여된 권한이 존중되고 원활한 관계로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이날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던데’라는 질문에 “어차피 공권력은 마지막 최후의 수단”이라며 “그전에 협상이 잘 타결되길 누구보다 희망한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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