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맨하탄21에 사무실 차린 이재명..컷오프 D-7 '반명 단일화' 제안도

오현석 2022. 7. 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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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1강으로 꼽히는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28일 컷오프(예비경선)를 1주일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복수의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는 22~24일 영·호남을 방문해 해당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원외 지역위원장과 시장·군수를 차례로 만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일정 조정을 마치고 최종 확정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직접 지역위원장과 기초단체장들을 만나는 건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앙위원 투표가 컷오프에 70% 비율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30%를 차지하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만큼, 이 의원은 중앙위원 투표에서 선방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이재명 캠프의 한 인사는 “중앙위원들은 대부분 정치 이력이 상당한 분들이라, 대세론만으로 설득할 수는 없다”며 “낮은 자세로 절박하게 조용히 선거 운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 측은 서울 여의도 맨하탄21 빌딩과 익스콘벤처타워 빌딩에 캠프 사무실도 마련하고, 조직도 정비했다. 지난 대선 캠프에 비하면 규모가 10분의 1도 되지 않지만, 대선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췄던 실무자 중심으로 밀도를 높였다. 컷오프 이후 모두 7차례의 권역별 토론회가 예정된 만큼, TV 토론팀 구성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최근 이 의원은 친이낙연계 의원이나 기초단체장까지 직접 전화하고 찾아다닐 정도로 당내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미 민주당 국회의원 169명은 모두 만난 상태다. 다만 경선 경쟁자들이 제기하는 공세엔 좀처럼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서만 “자신의 무능함을 남 탓으로 돌리는 아주 민망한 장면이었다”고 말했을 뿐, 당내 경선 상황에 대한 질문엔 침묵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모임 주최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 및 참석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정춘숙 의원, 후보자 박주민,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당내에선 공개적인 ‘반명(反明·비이재명) 단일화’ 제안이 나오는 등 이 의원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됐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이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 후보를 향해 컷오프 전 ‘본선 단일화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로지 한 사람의 정치적 진로에 따라 당이 뿌리째 흔들리는 ‘리더십의 위기’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7명 가운데) 누가 본선에 진출해도 1명의 후보로 단일화하고 단일 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적었다.

단일화 제안에 대해 나머지 후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박용진 의원은 “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라면 어떤 형태, 어떤 방식의 단일화든 저는 열려있다”고 화답했고, 설훈 의원은 “무조건 단일화해야 한다. 일대일 구도로 만들어야만 이재명 견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민석 의원은 “지금까지 정치를 해오면서 ‘컷오프 전 단일화’라는 말을 듣도 보도 못했다”며 “컷오프가 두려우면 출마를 안 하는 것이 맞다. 인위적 정치 공학으로는 국민께 신뢰도 감동도 줄 수 없다”고 비판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강훈식 의원도 “예비경선 기간은 단일화보다 후보들의 비전을 보여줄 시간”이라며 거리를 뒀고, 박주민 의원 역시 “단일화가 논의되려면 가치나 당의 혁신 방향 등에 있어서 접점이 있어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명 단일화’ 제안에 대해 이재명계에선 격한 반응이 나왔다. 이 의원 측의 한 의원은 “그런 정치공학적 단일화 얘기에만 골몰하는 게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냐”며 “그런 논의는 당 전체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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