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노사 7일째 막판 협상..바닥엔 에어매트 설치

위성욱, 김민주, 안대훈 2022. 7. 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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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 교섭이 결렬되면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사전 모의연습을 하는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소방당국이 대우조선 하청지회 농성장 옆 블록에서 또 다른 고공농성중인 블록 밑에 펼친 에어매트 모습. 송봉근 기자

2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50일째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하청지회)가 파업을 벌이고 있는 1번 독(dock·배 만드는 작업장)에 공권력을 투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경찰은 불법 점거 중인 노조원들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최안(40) 거통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원유운반선(VLCC) 선박의 좁은 철 구조물에 들어가 출입구를 용접한 뒤 농성 중이다. 또 다른 노조원 6명은 높이 15m 선박 난간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하청 노사 교섭이 결렬되면 즉각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사전 모의훈련을 하는 중"이라며 “공권력 투입을 위해서는 4000~5000여명의 경력이 필요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매뉴얼 등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경찰청과 소방청이 긴밀히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경남 경찰들은 철 구조물 해체와 독 진입 방법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성자들이 시너 등 인화물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해 소방차의 물이나 소화액을 뿌린 후 경찰특공대가 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우조선 1번 독에는 경찰과 소방관이 찾았다. 소방관들은 하청지회가 농성 중인 블럭 옆에서 맞불 농성에 들어간 대우조선 사무직 직원 인근에 에어메트 2개를 펼쳤다. 이 에어메트를 놓고 공권력 행사를 앞두고 소방당국이 모의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우조선 한 직원은 “에어매트 펼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완충도 등도 체크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노사의 협상이 재개된 21일 오후 경찰들이 하청지회 노조원들이 농성중인 1번 독을 방문해 농성장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현재 경찰과 대우조선 안팎에서는 공권력 투입 시기에 대한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 하청노사 교섭 결렬 여부가 최종 판가름 나는 22일 이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부터 대우조선이 여름휴가에 들어가 회사가 사실상 텅 비기 때문이다. 23일에는 하청지회를 응원하기 위한 이른바 '희망버스'도 오기 때문에 투입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찰이 농성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려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농성장에는 15L짜리 시너 통 5개가 반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는 21일에도 서문 금융센터 건물 6층에서 교섭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날도 짧은 교섭 뒤 수차례 정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이 날 교섭은 30분 뒤인 11시에 멈췄다. 오후 3시쯤 다시 시작했지만 10분 만에 다시 멈췄고, 이후 3시 35분에 교섭이 재개됐지만 이마저도 10분 만에 다시 정회됐다.

현재 노사는 오후 7시 30분 다시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수차례 정회가 되면서 교섭에 난항을 겪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지난 15일부터 7일째 진행된 협상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노사 관계자들이 보이기도 했다. 노조 대표들과 사측 대표들이 함께 승강기를 함께 타고 1층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노조 또는 사측 대표들이 먼저 교섭장에서 나와 건물을 벗어나곤 했다. 사측 관계자는 ‘교섭에 진전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랑은 다르다”면서도 “합의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49일째를 맞은 20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독에서 파업 중인 하청지회(왼쪽)와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이 벽 하나를 두고 각각 농성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거제=위성욱·김민주·안대훈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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