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미국 상장한 디디추싱에 1조 5000억 과징금…‘괘씸죄’?
당국의 암묵적인 자제 요구에도 미국 상장을 강행했던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이 1조 5000억 원대에 달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중국 사이버정보판공실은 21일 "사이버 안보 심사 결과 디디추싱이 사이버보안법, 데이터보안법,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 회사에 80억 2600만 위안(약 1조 55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 회사 전년도 매출의 약 4.4% 수준에 달한다.
사이버정보판공실은 이 회사의 공동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청웨이와 류칭에도 책임을 물어 각각 100만 위안(약 1억 9000만 원)의 과징금을 별도로 부과했다.
당국은 디디추싱이 광범위한 불법 정보를 수집했다고 판단하고 위반 행위가 심각하고 악질적이었다고 규정했다.
사이버정보판공실은 사건 배경을 설명하는 별도 문답 형식 보도자료에서 디디추싱이 승객 얼굴 정보 1억 건, 직업 정보 1633만 건, 집과 직장 주소 1억 5000만 건을 비롯해 총 647억 건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방대한 개인정보 수집이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사이버정보판공실은 "불법적인 경영이 국가 핵심 정보 인프라 시설과 데이터 안보에 심각한 위험 요인을 초래했다"면서도 관련 법에 따라 국가 안보 위협이 초래된 구체적 내용은 공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중국 당국이 승객 개인 정보에서부터 자국 내 각종 위치 정보 등 민감한 빅데이터를 다루는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을 문제 삼았다는 그간의 관측을 뒷받침한다.
디디추싱은 당국의 저지 메시지에도 지난해 6월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진행했다.
디디추싱이 미국 상장을 강행하자 당국은 곧바로 이 회사를 상대로 인터넷 안보 심사를 개시함과 동시에 심사가 끝날 때까지 다양한 앱 다운로드를 금지해 신규 고객 유입을 막고 나섰다.
이 밖에도 반독점, 노동자 보호 등 각종 명분을 내걸고 디디추싱에 관한 전방위 규제를 가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미국 상장 강행에 대한 징벌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디디추싱은 493억 위안(약 9조 4000억 원)의 손실을 냈는데 이는 2020년(106억 위안)의 거의 5배에 달한다.
90%를 넘던 중국 내 인터넷 차량 호출 시장 점유율이 70%대로 급락하는 등 큰 어려움 속에서 결국 디디추싱은 지난달 상장 1년 만에 뉴욕 증시 상장을 자진 폐지했다.
또 1년 새 디디추싱 시가총액은 70조원 넘게 증발해 세계 각국 투자자들은 거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 사건을 계기로 100만 명 이상의 중국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인터넷 기반 기업의 해외 상장 때 인터넷 보안 심사를 의무화함으로써 민감한 빅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의 해외 상장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꿨다.
업계 일각에서는 디디추싱 과징금 부과가 2020년 하반기부터 2년 가까이 이어진 '빅 테크 길들이기'의 마침표를 찍는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마윈의 당국 공개 비판 이후 중국 당국은 반독점, 국가안보, 개인정보 보호, 금융 위험 해소 등 다양한 명분을 내세워 빅 테크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 당국은 이 과정에서 알리바바와 메이퇀에 반독점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이유로 각각 3조 원대, 60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제재를 가했다.
적용 법조는 다르지만 '빅 테크 규제'의 연장선에서 보면 디디추싱은 알리바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 충격 등으로 자국 경기가 급랭하자 최근 들어 빅 테크들이 새 규제 환경에 적응하는 가운데 이제는 경기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고강도 규제로 잔뜩 움츠러든 빅 테크들은 게임, 핀테크 등 당국이 부정적으로 보는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여전히 크게 위축된 상태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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