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생겼는데 X신"..강남 키스방 장부엔 9000명 있었다

채혜선 2022. 7. 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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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서경찰서가 적발한 한 키스방이 수집한 손님들의 개인정보. 사진 수서경찰서

“현금 보여주면서 돈으로 유혹하며 성관계 확률 높이는 뺀질이” “페라리 타고 다님/남자답게 생겼고 인상 별로 안 좋음”

지난 19일 경찰에 적발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변종 성매매 업소에선 손님들의 성향까지 빼곡히 기록된 액셀 파일이 발견됐다. 리스트에 오른 손님만 9000여명. 업주는 ‘010’을 제외한 휴대전화 번호 8자리를 이름 대신 기록했고 업소 방문일시나 금액, 수위 등 은밀한 성적 취향도 각주처럼 달아놨다. “착하게 생겼는데 X신” “생긴 거 비호감” “몸에서 안 좋은 냄새” 등처럼 이른바 ‘블랙(블랙리스트)’ 손님도 따로 관리했다.


키스방 PC에 기록된 손님의 은밀한 정보들


서울 수서경찰서 단속 현장. 사진 수서경찰서
서울 수서경찰서는 서울 강남의 선릉역 인근에서 2019년 8월쯤부터 3년간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 온 40대 업주 A씨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성매매 알선)로 지난 19일 붙잡았다고 21일 밝혔다. 또 현장에서 성 매수를 한 남성 B씨와 여성 종업원 2명 등도 성매매 혐의로 체포했다.

A씨가 운영한 업소는 과거 술집 간판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실은 유사성행위 등이 이뤄지는 이른바 ‘키스방’이었다. 지난 5~6월 수서경찰서에는 “성매매 업소가 운영 중이다”라는 112 신고가 집중 접수됐다고 한다. 들어온 신고 건수만 50여 건.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해당 업소를 방문한 손님들이 남긴 인터넷 후기에서 성매매 암시 단어가 포함돼있는 걸 확인했다.

해당 업소의 홈페이지에는 “명문대 교환학생으로 유학 온 엘리트 여대생” 등과 같은 여성 종업원 16명의 소개 글이 올라와 있다. 신체 사이즈나 흡연 여부 등도 같이 적혀 있다. 주로 20대 초반으로 알려진 여성 종업원들은 유명 걸그룹 멤버 등의 이름을 가명으로 쓰며 활동했다.


50여명 찾던 키스방…단속 피한 꼼수들


서울 수서경찰서 단속 현장. 사진 수서경찰서
경찰에 따르면 A씨 업소를 찾은 남성은 하루 평균 50여명. A씨는 방문 이력이 확인되지 않은 손님은 받지 않았고 처음 찾은 사람에겐 주민등록증과 명함을 요구하는 등 ‘보안’에 신경썼다.불시 단속 등을 피하기 위해 업소 주변엔 폐쇄회로TV(CCTV) 9대를 설치했다.성매매 증거물인 콘돔이나 화장지 등을 종이컵에 넣어 손님 바지 주머니나 가방에 숨기는 방식으로 현장 단속을 피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업소가 개인 민감정보를 수집하고 이러한 정보를 동종업체끼리 공유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등 외에도 남성 종업원 1명, 여성 종업원 10명, 손님 5명을 성매매 혐의로 입건해 조사중이다. 또 압수된 PC와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해 지난 3년간 성매매 업소를 다녀간 성 매수자와 영업 규모를 특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밝혀진 범죄수익금은 몰수·추징해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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