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력 최강'이라던 BA.2.75..일주일 째 국내감염 단 한 명, 왜?
코로나19 BA.2.75, 일명 켄타우로스 변이 확진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추가 확진자는 이달 초 인도에서 입국한 30대로, BA.2.75 변이의 첫 해외 유입 사례다. BA.2.75 변이는 발견 당시 높은 면역회피성과 전파력으로 '최악의 변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지난주 첫 국내 감염 사례가 나온 이후 추가 감염 소식은 없다. 이를 두고, "변이 분석이 충분치 않은 탓", "BA.2.75 변이의 전파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BA.2.75 확진자 추가 발견…"인도에서 입국"
21일 질병관리청은 BA.2.75 변이 감염 환자 1명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추가 확진자는 충청북도에 거주하는 30대 A씨로, 지난 5일 인도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이틀 뒤인 7일 확진됐다. 질병청은 "현재 확인된 접촉자 4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BA.2.75 변이에 감염된 확진자는 총 2명이다.
BA.2.75 변이는 상위 계통인 BA.2 변이(스텔스 오미크론)에서 갈라진 75번째 하위 변이다. 지난 5월 26일 인도에서 최초로 확인된 이후 영국, 캐나다, 미국 등 10여개 국으로 퍼졌다. 기본적으로 BA.2의 특징을 가졌지만,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 변이가 36개로 BA.2보다 8개 많다. 이 때문에 백신이나 감염으로 얻은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이 강하다. 전파력도 강하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아칸소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인도 내 확산 속도가 BA.5 변이의 3.24배에 달했다. 기존 변이와 확연히 다르다는 의미로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수 켄타우로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앞서 지난 14일 질병관리청은 인천에 거주하는 60대 확진자 B씨에서 BA.2.75 변이가 국내 처음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증상이 나타났고 1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격리 해제된 상태다.
확진 당시 B씨는 해외여행 경력이 없어 이미 BA.2.75 변이가 지역사회에 퍼졌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미 국내에서 BA.2.75 변이에 감염된 다른 확진자를 통해 바이러스가 옮아왔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파력이 강하다는 BA.2.75 변이가 처음 발견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국내 추가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변이 분석 검체, 대표성 가져야…전파력 생각보다 약할 수도
질병청은 한 주에 1500~1600건 이상의 검체를 무작위로 추출해 변이 분석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간 확진자 수의 2.2% 수준이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출하는 샘플의 수가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확진자의 '10% 수준'으로 표본을 추출해 변이 분석을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오미크론 발생 이후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10% 비율로 하려면 너무 많은 검체를 돌려야 해 인력과 비용 측면의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 CDC 역시 절대적인 표본 N 수를 확보하라는 권고를 추가로 내놨고, 이에 주간 1600건 이상 검체를 확보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확산 이후 변이 분석에 확진자 대비 1% 넘는 검체를 확보하는 나라는 많지 않고, 대표적으로 일본도 0.5%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대비 분석을 적게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변이 분석 검체의 대표성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PCR 검사에 사용된 검체만 변이 분석 대상이 되는데, 대부분의 확진자가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현재 PCR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60세 이상 고령이고, 요양병원·시설에 주로 있는 분들도 많아서 모집단(변이 분석 대상)이 굉장히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연령대와 여러 시설을 이용하는 지역 사회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새로운 변이가 들어오면 주로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데, 이들은 PCR보다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한다”고 지적했다.
BA.2.75 변이의 전파력이 알려진 것만큼 강하지 않다는 추정도 나온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바이러스학자 톰 피콕 박사는 영국 가디언에 “BA.2.75 변이는 인도에서는 크게 퍼졌지만, 인도는 BA.5 변이가 유행하고 있지 않은데다 BA.5 변이와 견줬을 때 어떨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 과학자 수미아 스와미나단 박사 역시 “이 변종(BA.2.75)의 심각성을 평가할 충분한 표본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론상으로는 BA.2.75가 변이도 많고 면역 회피도 크니까 전염력이 세서 BA.5 변이를 대체 할 수 있다고 다들 예상했는데, 의외로 인도에서도 중증·사망이 크지 않았고, BA.2.75 변이가 확인된 영국, 미국 등의 나라에서도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은 사람이라는 숙주를 두고 두 변이 바이러스(BA.5·BA.2.75)가 싸우는 건데, 아직은 BA.5 변이를 대체할 만한 역량이 없는 것이 아니냐, 점차 소멸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도 나오기도 한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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