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면 앞둔 尹의 고민..MB·김경수·이재용에 전 국정원장까지?

현일훈 2022. 7. 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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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말이죠. ‘문재인·윤석열’ 단독회동을 양측 실무진 사이에서 타진했는데 동시 사면 얘기가 나올까 봐 그만뒀어요.”

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인사가 최근 중앙일보에 전한 말이다.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한 4인 만찬 회동의 뒷얘기였다. 그 무렵 정치권에선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동시 사면론이 제기됐다. 그런 상황에서 ‘문·윤’ 단독회동이 진행되면 사면 밀실 논의가 이뤄지는 것 처럼 비춰질까봐 회동 형식을 4인 회동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회동 직후 장제원(당시 당선인 비서실장) 의원은 브리핑에서 “사면은 조율할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의 결단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필요성이 있으면 해당 분들에 대해서 사면하고, 우리는 집권하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제 윤 대통령의 시간이 왔다. 특사는 잘못을 저질러 형이 확정된 범법자를 특별히 봐주고 없던 일로 되돌리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법치주의와 공정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 입장에선 고심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사면 대상으로는 MB와 김 전 지사를 비롯한 정치인,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출근길에서 MB 사면에 대해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나. 과거 전례에 비춰서라도…”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광복절 특사라는 것은 원래 크게 크게 가는 것”이라며 “MB를 풀어주려면 김 전 지사도 함께 가야 하지 않겠나. 둘 중 한 사람만 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 전 지사가 이달 말 가석방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그의 광복절 특사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들 외에 다른 정치권 인사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윤 대통령이 수사했던 전직 국정원장을 사면하는 것이 대통합 정신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 친박계 핵심이었던 최경환 전 부총리도 사면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기업인 사면 규모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 이 부회장 사면 여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1월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8월 가석방됐지만, 취업제한이 된 상태여서 현재 복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사면 검토 대상이다. 익명을 원한 여권 고위 인사는 “윤 대통령이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이 투자를 안 하면 민간시장의 성장동력이 확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포럼행사에서 경제인 사면문제에 대해 “처벌이 이뤄졌고 괴로움도 충분히 겪었다고 판단되면 사면하는 게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에 국민 여론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변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현재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과 법무부는 사면 대상자 선정을 위한 실무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특사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고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아직 사면에 대한 지침을 주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도 사면이 이번이 처음이기에 우선 전례와 참고할 사례를 보고하고, 이후 사면대상을 리스트업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 결단은 윤 대통령의 몫이다.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을 잘 알고 지낸 한 법조계 인사는 “윤 대통령은 뼈까지 원칙론자”라며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디스크 통증 등을 이유로 형 집행 정지 신청을 냈을 때를 예로 들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대통령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의 경우 MB는 반대 여론 많고, 김 전 지사는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윤 대통령으로선 고민거리”라며 “다만 민심을 추스르는 차원에서 생계형 민생사범 구제는 큰 폭으로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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