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에 '6만전자''10만닉스'.. "반·차·이 주목"
상반기 ‘팔자’에 나섰던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되돌아오고 있다. 특히 낙폭이 컸던 반도체와 2차전지 등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1조5566억원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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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16조 판 외국인, '사자' 전환
앞서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6월 말까지 코스피를 16조5000억원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의 코스피 지분율은 2009년 하반기 수준인 30%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에 따른 침체 우려에 달러 가치 상승까지 겹치면서 외국인이 이탈했다.
하지만 7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3개월 연속 상승률 둔화, 원자재 가격 안정 등으로 하반기 물가 피크(정점) 아웃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경기 침체 우려에서 경기 둔화로 전환되면서 이머징 국가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외국인이 순환적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순매수 1ㆍ2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특히 상반기 내내 찬밥 신세였던 반도체주에 매수세가 몰렸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1ㆍ2위에 삼성전자(4452억원)와 SK하이닉스(3293억원)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6만전자(삼성전자)', '10만닉스(SK하이닉스)'를 회복했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를 9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와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TSMC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14일 올해 2분기 매출액(연결 기준)이 5341억4000만 대만달러(약 23조4600억원), 영업이익 2621억2000만 대만달러(약 11조51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5%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79.9%나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49.1%에 달했다.
TSMC는 3분기 매출 전망치 198억~206억달러, 매출총이익률(GPM) 전망치 58.5%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인 매출 186억달러, GPM 56%를 웃도는 수치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업황이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웠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자동차·2차 전지 접근 유효"
2차 전지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대표적인 2자 전지 관련주인 삼성SDI(1285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1092억원)를 순매수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에쓰오일(1081억원)과 SK텔레콤(1011억원)도 외국인이 많이 담은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최유준 연구원은 “상반기 매도세가 강했던 업종 중 외국인 수급이 유입되는 업종은 반도체, 화장품ㆍ의류, 유통, IT가전, 자동차 등이 있다”며 “수급 공백을 메우는 측면과 최근 반등 탄력, 실적 등을 고려하면 반도체ㆍ자동차ㆍIT가전 중 2차전지에 대한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 ”고 분석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본격 추세 전환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극대화된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주가 낙폭의 일부분을 되돌리는 것”이라며 “이익 전망 하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수급의 동력과 지속 기간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도 변수다. 시장에선 0.2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단 전망이 우세하지만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있다. 김승혁 연구원은 "ECB가 긴축의 속도를 높이면 유로화가 약세 기조를 탈피하고 달러 가치가 내려가게 된다"며 "원화가치가 오르면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되는 한편,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면서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개선돼 외국인의 이탈 가능성을 낮출 수 있게 된다"고 전망했다.
김경진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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