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참선하듯.. '극한' 체험하며 자유로워진다
◇예의 바른 바닷속 손님 되는 법
프리다이빙을 하면 미지의 세계로만 여겨졌던 바닷속에서 수중 생물과 함께 수영할 수 있다. 숨소리가 나지 않으니, 생물들도 피하지 않는다. 프리다이빙은 휴양지에서 먼저 30~40대 사이 인기를 끌었다. 이후 2018년 가평에 26m짜리 풀장이 개장하면서 국내 수영장에서도 프리다이빙을 즐길 수 있게 되자, 20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다이빙 플러스 최영민 대표 강사는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연령대가 확장되면서, 현장에서 확실히 체감될 정도로 국내 프리다이빙 인기가 높아졌다"며 "물속에서 찍는 아름다운 사진도 인기를 높이는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진입 장벽도 낮다.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다. 부력이 큰 수트 덕분에 핀(오리발)을 끼고 흔들기만 해도 쉽게 물에 뜬다.
프리다이빙은 크게 취미로 즐기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빙과 깊은 수심을 내려가고자 하는 딥 다이빙으로 나뉘는데, 레크리에이션으로만 즐긴다면 실제로 물속에 있는 시간은 짧으면 30초, 길어봤자 2분 내외다. 호흡법과 압력평형기술(이퀄라이징)을 익히면 생각보다 쉽게 5m 정도는 내려갔다 올 수 있다. 입수하기 전 얼굴에 물을 끼얹고, 편안한 호흡을 하면 우리 몸에 있는지도 몰랐던 포유류 잠수반사(MDR. Mammalian Diving Reflex) 작용이 유도된다. 물속에 더 오래 견딜 수 있도록 몸이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 편안하게 호흡하다가 입수 직전 배와 폐에 공기를 빵빵하게 채우고 내려가면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더 안전하고 오래 물속에 있을 수 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몸 밖에서 안으로 강한 압력이 가해지는데,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에 있는 중이가 수압에 짓눌리면 엄청난 통증이 느껴진다. 이땐 입과 코를 막고 숨을 고막 안쪽에 불어넣거나(발살바), 혀를 뒤로 보내며 공기를 안쪽으로 보내거나(프렌젤) 볼로 입안의 압력을 높이는(마우스필) 등의 기술로 ‘이퀄라이징’하면 되는데, 전문적인 강습을 듣고 충분히 연습한다면 대부분 익힐 수 있다.
◇물속 익사 거의 없어
숨 참는 시간을 늘릴 방법이 있다고 해도, 호흡을 안 한다니 굉장히 위험하게 들린다. 물속에서 기절할 수도 있지 않을까? 최영민 대표강사는 "깊은 물 속에서 의식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들숨에는 산소가 20%, 날숨에는 산소가 16% 정도 있어 레크리에이션으로 즐긴다면 물속에 있을 때 저산소증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전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호흡 충동이 강해져 수면으로 올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뇌는 산소 농도보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기민하게 느낀다.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침이 꼴깍 넘어가고, 횡격막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등 숨을 쉬라는 신호를 보낸다. 오히려 기절은 수면에 올라왔을 때 나타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최원준 교수는 "수심이 1m도 채 안 되는 곳에 올라와 숨을 내뱉으면서 체내 산소 농도가 낮아져 실신하는 사고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프리다이버들은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에 올라오면 숨을 짧게 내쉬었다 빠르게 들이쉬는 회복 호흡을 한다. 프리다이빙을 반복할수록 숨 참는 시간도 늘어난다. 아피아 프리다이빙 협회 노명호 회장은 "운동을 하다 보면 근육통을 유발하는 운동 강도가 높아지듯 프리다이빙도 하면 할수록 몸이 적응해 이산화탄소가 몸에 쌓이는 것을 버틸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며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는 힘이 줄어 세포로 산소 공급이 더 원활해진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혈중 농도가 올라가는 게 건강에는 괜찮을까?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 김현종 교수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우리 몸에는 이산화탄소가 쌓여도 혈중 산도가 크게 변하지 않도록 하는 화학적 물리적 장치들이 있다"고 말했다. 혹여 이산화탄소가 쌓여 혈액이 산성으로 변해도 레크리에이션 프리다이빙은 물속에 있는 시간이 짧아, 수면에 올라와 맑은 공기를 들이켜면 원상태로 회복된다.
프리다이빙을 시도하기 전 잠수병(감압병)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잠수병은 깊은 물 속에 들어갔을 때 혈액 속에 녹아들어 간 질소 기체가 수면 위로 급하게 올라올 때 팽창해 혈액을 막는 질환을 말한다. 두통, 관절통, 이명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스쿠버다이버들은 잠수병을 예방하기 위해 매우 천천히 수면 위로 올라온다. 프리다이버들은 깊은 수심에서 보통 매우 빠른 속도로 올라오지만, 잠수병에 걸릴 가능성은 작다. 최원준 교수는 "깊은 수심에서 질소가 혈액 속에 녹아들어 가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며 "프리다이빙은 깊은 수심에 오래 있지 않기 때문에 잠수병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프리다이버들은 항상 버디(다이빙 짝)와 함께한다. 버디는 한 명이 다이빙할 때 그 위에서 보고 있어야 한다. 두 명이 동시에 다이빙하면 안 된다.
◇정신과 심폐기관 건강에 좋아
안전하게 다이빙한다면, 건강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멘탈 스포츠라는 명성답게 일단 정신 건강에 좋다. 김현종 교수는 "프리다이빙은 무호흡의 고요함 속에서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매우 정적인 스포츠"라고 말했다. 긴장하면 에너지가 몸속 여러 기관에서 쓰여 물에 오래 있을 수 없다. 다이빙 기록을 높이려면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끌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신 수양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독특하게도 외부 산소를 이용하지 않아 무산소 운동에 속하지만, 마치 유산소 운동처럼 심폐기관에 좋다. 노명호 협회장은 "몸속에 저장된 산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다 보면 폐 근육 유연성이 좋아져 사용할 수 있는 폐 용량과 폐활량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심폐지구력이 늘어 평소 심박수가 낮아진다. 김현종 교수는 "지속적인 호흡 훈련으로 폐가 건강해지고 폐활량이 좋아진다"며 "자연스럽게 부비강 쪽 노폐물도 배출되며 청소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물에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칼로리도 잘 탄다. 물은 열전도율이 공기보다 약 24배 정도 높아 체온을 빨리 뺏어간다.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 중 칼로리를 다량 소모하게 된다. 물에서 움직이면 저항이 커 공기 중에서 똑같이 움직이는 것보다 칼로리 소모량이 많다. 또한, 일정 거리를 잠영해 왕복할 때 허벅지, 엉덩이 등 큰 근육을 반복해 쓰다 보니 열량 소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호흡기 질환 있다면 주의해야
운동 특성상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프리 다이빙을 주의해야 한다. 김현종 교수는 "특히 폐쇄성 폐 질환이 있거나, 코와 귀에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의사의 진료를 받은 후 운동해야 한다"며 "장기 복용하는 약물이 있어도 담당 의사에게 프리다이빙을 해도 되는지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혈압 조절이 잘 안되는 사람도 숨을 참는 중 혈압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기흉을 앓은 지 얼마 안 됐거나 기면증이 있는 사람도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최원준 교수는 "압력 평형을 맞추지 못하면 중이에 손상이 생길 수 있고,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다면 무리하게 압력 조절을 하다가 조직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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