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GS칼텍스 세금 소송 등 재심상고 기각한 대법 판결 취소.. 역대 3번째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헌법재판소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 반하는 법원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취소했다. 지난달에 이어 역대 3번째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이 나오면서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둘러싼 헌재와 대법원 간의 갈등은 점차 심화될 전망이다.
헌재는 21일 GS칼텍스, KSS해운, AK리테일이 각각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한 구 조세감면규체법 부칙 제23조를 적용한 법원의 재판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심청구를 기각한 각 서울고등법원의 재심기각판결과 재심기각 결정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 각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헌재는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한 구 조세감면규체법 부칙 제23조를 적용해 판결한 각 파기환송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 등에 대해서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에 확정됐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재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각하 결정했다.
또 분쟁의 근거가 된 원행정처분인 과세처분 자체에 대한 헌법소원 역시 그 과세처분을 심판대상으로 삼았던 재판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돼 취소되는 경우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석태·이영진 두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헌재는 먼저 지난달 30일 1997년 이후 역대 두 번째 재판 취소를 결정한 2014헌마760 사건에서 밝혔던 법리를 다시 제시했다.
헌재는 "헌법은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은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며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성 심사를 하면서 합헌적 법률해석을 하고 그 결과로서 이루어지는 한정위헌결정도 일부위헌결정으로서,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기속력이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으로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의 규범 영역 중 1993년 12월 31일 전부개정된 구 조세감면규제법의 시행일인 1994년 1월 1일 이후에 적용되는 부분은 그 효력을 상실했고,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기속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청구인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계기를 마련한 당해 사건 당사자로서,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된 다음 헌법재판소법 제75조 7항에 따라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 이전에 이미 확정된 패소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여 재심 청구를 기각했고, 이 사건 재심상고기각판결도 마찬가지 이유로 심리불속행으로 그에 대한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따라서 이 사건 재심기각판결 및 이 사건 재심상고기각판결은 모두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으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고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법 제75조 3항에 따라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헌재는 과세처분 취소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래의 판결들이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지와 관련 "위헌결정이 있기 이전의 단계에서 그 법률을 판사가 적용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정당성이 보장된다"며 "따라서 아직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선언된 바가 없는 법률이 적용된 재판을 그 뒤에 위헌결정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하여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및 파기환송판결은 그 재판에 적용된 법률조항인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대해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되기 전에 이뤄진 재판으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지 않으므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및 파기환송판결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GS칼텍스는 1990년 12월 31일 개정되기 전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56조의2에 따라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법인세 등을 신고·납부했지만,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한 기간인 2003년 12월 31일까지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지 않았다.
이에 역삼세무서장은 2004년 4월 16일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따라 다시 계산한 1990 사업연도 이후 각 사업연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및 자산재평가세 등 약 700억원을 부과했다.
GS칼텍스는 이 같은 세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헤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에서 승소했지만 다시 대법원에서 파기돼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이 계속 되던 중 헌재에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리고 헌재는 2012년 5월 31일 "(개정된) 조세감면규제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가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한편 GS칼텍스의 파기환송심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나오기 전인 2009년 6월 4일 확정됐다. 이에 GS칼텍스는 헌재법 제75조 7항에 따라 해당 판결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각했다.
다시 GS칼텍스는 서울고등법원의 재심청구기각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같은 이유로 2013년 11월 15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결국 GS칼텍스는 서울고등법원의 재심기각판결, 대법원의 재심상고기각판결은 물론,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이전에 확정된 파기환송판결, 대법원 판결,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AK리테일과 KSS해운도 각각 104억원, 65억원의 세금을 부과 받고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받은 뒤 재판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제주대 교수 남모씨 등이 법원의 재심기각 판결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1997년 이후 두 번째 재판취소 결정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대법원이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자칫 헌법기관 사이의 충돌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다만 아래와 같이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히고자 한다"며 "헌법재판소가 법률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둔 채 그 법률 조항에 관한 특정한 내용의 해석·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가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으며, 그 결과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이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라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고, 법률이 헌법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상 대원칙이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법원의 권한에 대해 다른 국가기관이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해 법원으로 하여금 그에 따라 당해 법률을 구체적 분쟁사건에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간섭을 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분립구조의 기본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헌재 결정 이후 대법원은 "이전에 발표한 대법원의 입장에 변함이 없고 추가적으로 입장를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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