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낮추면 투자·일자리 증가" 근거는 2008년 연구
[조선혜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7.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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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25%의 세율을 적용하던 것을 폐지하고, 2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일괄적으로 22%의 세율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이 우리 경제의 성장, 세수 기반 확충,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이런 데 선순환 구조로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세는) 곧 투자 확대와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서 세수 확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이후 계속 하락한 법인세율..."세수 손실이 더 클 것"
기재부는 법인세 인하 이유를 "법인의 과도한 세 부담을 정상화해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창출 등 역동적 혁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의 혜택은 주주에게는 배당으로, 소비자에게는 제품·서비스 가격 인하로 노동자에게는 고용 및 임금 증가로, 협력 업체에게는 투자 확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정부가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지난 2008년 6월 조세재정연구원의 '법인세 인하의 귀착효과' 연구다. 법인세 인하 정도에 따라 주주 배당은 15% 늘고, 소비자 가격은 17% 감소하며, 임금은 8% 오르고, 기업 재투자는 59% 증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23년도부터 적용할 재정 정책의 근거로 15년 전 연구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경기가 둔화하는 현 상황에선 법인세 인하로 투자 확대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 교수는 "그동안 기업들이 법인세율이 높아 투자를 안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코로나19로 지난해 정부가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많이 했고, 대기업의 경우에도 최대 10%까지 공제했지만, 투자가 늘지 않았다. 세율을 추가로 인하하면 투자가 소폭 늘 수도 있겠지만, 국민 경제 전체로 보면 세수 손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8년 연구 자료를 토대로 재정 정책을 결정한 것도 문제"라며 "당시 1990년~200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했을 텐데, (이를 참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1980년대엔 70%대로 굉장히 높았는데,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점차 낮아졌다. 이후 신자유주의하에 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렸지만 오히려 투자는 크게 줄었다"며 "과거에는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효과가 컸을 수 있지만, 현재에는 세율이 내려올대로 내려온 상태여서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며 "중부담·중복지 국가로 가기 위해선 세율을 더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기획재정부는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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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선진국들이 재정 확장에 나서면서 총수요가 늘어 수출도 증가해 예외적으로 세수가 늘었는데,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기준으로 세금을 깎아준다면 세수가 생각보다 더 많이 줄어들 수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율 6% 구간을 현행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세율 15% 구간을 현행 1200만원 초과 ~ 46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급여 3000만원 소득자의 경우 8만원을, 5000만원 소득자의 경우 18만원을 절감하고, 7800만원 소득자는 54만원, 1억5000만원과 3억원 소득자의 경우 24만원씩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 기획재정부는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율 6% 구간을 현행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세율 15% 구간을 현행 1200만원 초과 ~ 46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리겠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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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종합부동산세 세율 조정도 '보유세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과세표준 3억원 이하의 경우 일반 0.6%, 다주택 1.2%로 적용하던 종부세율을 0.5% 단일세율로 조정하는 등 각 과표구간별로 세율을 하향하겠다고 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주택 종부세율을 단순히 박근혜 정부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인데, 이는 '보유세를 정상화하라'는 국민 요구에 맞지 않는다.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세율을 주거용 수준으로 올리는 등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고 드러난 부분만 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주택과 비주택, 토지 등에 대한 불로소득을 일정 비율로 환수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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