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낮추면 투자·일자리 증가" 근거는 2008년 연구

조선혜 2022. 7. 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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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정부 세제개편안의 문제점.. "감세해도 투자 줄어, 세수 손실 우려"

[조선혜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7.21
ⓒ 연합뉴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같은 판단의 근거는 1990~2000년대 자료여서 과연 기대한 효과가 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서민·중산층을 위한다며 근로소득세도 일부 인하하지만 저소득층은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시된다.  

기획재정부는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25%의 세율을 적용하던 것을 폐지하고, 2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일괄적으로 22%의 세율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이 우리 경제의 성장, 세수 기반 확충,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이런 데 선순환 구조로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세는) 곧 투자 확대와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서 세수 확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이후 계속 하락한 법인세율..."세수 손실이 더 클 것"

기재부는 법인세 인하  이유를 "법인의 과도한 세 부담을 정상화해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창출 등 역동적 혁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의 혜택은 주주에게는 배당으로, 소비자에게는 제품·서비스 가격 인하로 노동자에게는 고용 및 임금 증가로, 협력 업체에게는 투자 확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정부가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지난 2008년 6월 조세재정연구원의 '법인세 인하의 귀착효과' 연구다. 법인세 인하 정도에 따라 주주 배당은 15% 늘고, 소비자 가격은 17% 감소하며, 임금은 8% 오르고, 기업 재투자는 59% 증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23년도부터 적용할 재정 정책의 근거로 15년 전 연구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경기가 둔화하는 현 상황에선 법인세 인하로 투자 확대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 교수는 "그동안 기업들이 법인세율이 높아 투자를 안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코로나19로 지난해 정부가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많이 했고, 대기업의 경우에도 최대 10%까지 공제했지만, 투자가 늘지 않았다. 세율을 추가로 인하하면 투자가 소폭 늘 수도 있겠지만, 국민 경제 전체로 보면 세수 손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8년 연구 자료를 토대로 재정 정책을 결정한 것도 문제"라며 "당시 1990년~200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했을 텐데, (이를 참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1980년대엔 70%대로 굉장히 높았는데,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점차 낮아졌다. 이후 신자유주의하에 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렸지만 오히려 투자는 크게 줄었다"며 "과거에는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효과가 컸을 수 있지만, 현재에는 세율이 내려올대로 내려온 상태여서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며 "중부담·중복지 국가로 가기 위해선 세율을 더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내 법인세율 인하 효과 못 볼 것"
 
 기획재정부는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 기획재정부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 교수도 "중장기적으론 법인세율 인하로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이 가능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 법인세율을 내려도 국내 상위 100개 기업들의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세수만 줄어들뿐, 윤석열 정부 내에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선진국들이 재정 확장에 나서면서 총수요가 늘어 수출도 증가해 예외적으로 세수가 늘었는데,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기준으로 세금을 깎아준다면 세수가 생각보다 더 많이 줄어들 수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율 6% 구간을 현행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세율 15% 구간을 현행 1200만원 초과 ~ 46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급여 3000만원 소득자의 경우 8만원을, 5000만원 소득자의 경우 18만원을 절감하고, 7800만원 소득자는 54만원, 1억5000만원과 3억원 소득자의 경우 24만원씩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근로소득세 감세? 차라리 세금 더 걷어 복지에 써야" 
 
 기획재정부는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율 6% 구간을 현행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세율 15% 구간을 현행 1200만원 초과 ~ 46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리겠다는 것이다.
ⓒ 기획재정부
정 교수는 "정부가 기업들에만 세금을 깎아주는 것에 대한 물타기용으로 저소득층에도 세금을 깎아준다 했을 수 있겠지만, 소득세 감면 자체가 세입 기반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취약계층은 소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내지 않는다. 감세는 항상 서민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세를 깎아 분배를 개선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저소득층에는 소득세 감세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차라리 세금을 더 걷어 복지에 쓰는 것이 훨씬 나은 방향"이라고 제언했다. 

주택 종합부동산세 세율 조정도 '보유세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과세표준 3억원 이하의 경우 일반 0.6%, 다주택 1.2%로 적용하던 종부세율을 0.5% 단일세율로 조정하는 등 각 과표구간별로 세율을 하향하겠다고 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주택 종부세율을 단순히 박근혜 정부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인데, 이는 '보유세를 정상화하라'는 국민 요구에 맞지 않는다.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세율을 주거용 수준으로 올리는 등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고 드러난 부분만 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주택과 비주택, 토지 등에 대한 불로소득을 일정 비율로 환수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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