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약값·자율보고.. 환자 위한 보건의료정책 마련해야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을 지켜주는 보건의료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한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정책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를 비롯해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이지원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장 △이영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비지원실장 △유미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중앙환자안전센터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환자는 보건의료정책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집단이지만, 정책에 목소리를 반영하기는 어렵다. 질병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과 안전사고 등의 위협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은 하락한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치료나 의약품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 가정이 경제적으로 무너지는 이른바 ‘재난적 의료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지난 2010년 백혈병 환아 정종현 군이 약물 투약 오류로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2015년 환자안전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 이사는 환자들이 요구하는 급여제도와 환자안전 환경에 방점을 찍었다. 그에 따르면 신약 접근성 제고는 해묵은 과제다. 획기적인 신약이 국내 승인된 이후 급여 등재가 지연돼,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이사는 “신약이 시판됐다면, 환자의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우선 생명을 살린 뒤에 정부와 제약사가 약값을 결정하는 인권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며 “신약이 시판될 때 ‘임시약값’을 책정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 우선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한 이후 심의 절차를 거쳐 ‘최종약값’이 확정되면, 임시약값과의 차액을 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안전 역시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환자안전사고 없이 환자와 보호자가 신뢰할 수 있는 치료환경을 조성하려면, 현행 제도는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 이 이사의 분석이다. 환자안전사고는 환자의 질환과 관계 없이 보건의료인이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하는 사고를 의미한다.
이 이사는 현행 ‘자율보고’의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자안전법에 따르면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은 ‘의무보고’를 해야한다. 이외에 보건의료인과 환자, 환자 보호자 등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자율보고를 할 수 있다.
이 이사는 “2020년 한 해 동안 총 1만3919건의 환자안전사고가 보고됐고, 자율보고한 사례 가운데 환자 및 환자보호자는 0.2%로 가장 적었다”며 “자율보고를 적극적으로 접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보고할 수 있는 주체에 환자와 환자보호자를 대변할 수 있는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를 포함해야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감시체계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자유토론 시간에는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계의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들이 환자 중심 정책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 실장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를 적극 시행 중이지만, 절차상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는 “현재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가입자의 연 평균보험료 기준 소득수준별로 설정하고 있어, 건강보험료가 확정부과되는 다음 연도 7월 이후가 가장 빠른 (환급) 시기가 된다”며 “이는 국세청 소득신고가 6월 말에 끝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급 시기를 당긴다면, 상환액과 최종 확정 금액이 달라져서 상환액 환수 시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며 “따라서 미확정의 금액에 대한 적용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 과장은 고가의 신약에 급여 혜택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약 30개의 신약을 건강보험에 등재하고 사용 범위도 확장하고 있으며, 올해는 4월에 ‘킴리아’가 등재됐고 오는 8월에는 ‘졸겐스마’가 등재를 앞두고 있다”며 “투약 후 성과가 미흡하면 제약사를 대상으로 비용을 환수하는 위험분담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정부가 올해 제2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을 처음으로 수립 및 시행하면서 향후 5년간 진단, 진료, 의약품 접근성을 모두 제고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희귀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유전성 질환이 대부분이고 치료제가 고가인 경우가 대부분임을 고려해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 등재 체계와 주요 제도의 효과를 분석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센터장은 환자안전 문화 정착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2016년 환자안전법 시행 이후 제1차 종합계획이 진행 중이지만, 환자의 안전에 관심이 없는 의료기관을 개혁하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며 “환자와 보호자 및 관련 단체들의 역량을 강화해 주요 정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주의경고’ 역시 환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개선해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기관을 스스로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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