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인세·종부세 다 내린다..13.1조 전방위 감세[세제개편]

조현숙 2022. 7.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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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 단지 등 부동산의 모습. 연합뉴스

근로자가 내는 소득세가 1인당 연간 최대 80만원가량 줄어든다. 중ㆍ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과세 구간이 조정되고 식대 비과세 혜택이 늘어나면서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내려가고 과표 구간은 현행 4단계에서 2~3단계로 축소된다.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10% 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난다. 다주택자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무겁게 매기는 제도 자체가 폐기된다. 0.6%에서 다주택자 기준 최대 6%였던 종부세율도 0.5~2.7%로 낮아진다.

정부는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2022년 세제 개편안’을 의결했다.

물가가 올랐는데도 15년째 그대로라 ‘소리 없는 증세’ 비판을 받았던 소득세가 수술대에 오른다. 소득 중ㆍ하위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과표 구간이 조정된다. 소득세율 6% 적용 구간이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15% 적용 구간이 46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라간다.

이번 개편으로 연봉 7800만원(각종 공제 적용한 과표 기준으로는 5000만원) 직장인은 연 소득세가 530만원에서 476만원으로 54만원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식대 비과세 한도가 늘어나면서 최대 29만원까지 추가로 세 부담이 감소한다. 이를 합쳐 연간 최대로 83만원 소득세를 덜 내게 된다는 의미다. 근로ㆍ자녀장려금 최대 지급액은 올라가고 월세 세액공제 등 다른 생계비 관련 공제 혜택도 늘어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에 참석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법인세율도 내려간다.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하향 조정되고, 현재 4단계인 과표 구간도 2~3단계로 줄어든다. 과표 200억원을 기준으로 이하 기업엔 20%, 초과 기업엔 22% 법인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과표 5억원 이하 중소ㆍ중견기업엔 10% 세율이 적용된다.

이번 개편안을 지난해 기업 납부 세액(법인 신고액 기준)에 적용하면 법인세 부담이 60조2000억원에서 53조7000억원으로 6조5000억원(10.8%) 감소하는 효과가 난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해 이중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통합고용세액공제를 신설하고 국가전략기술ㆍ중견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늘린다. 벤처기업 스톡옵션에 대한 세 혜택도 확대한다.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는 연간 5000만원에서 2억원(누적 한도 5억원)으로 올라가고 분할 납부 허용 대상은 늘어난다.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 요건은 매출 4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으로 늘어난다. 공제 한도는 올라가고 피상속인 지분 요건, 사후 관리 의무는 완화된다. 이밖에 증권거래세는 인하하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2년 유예한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100억원어치 이상 가진 고액 주주에게만 물리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세제 개편안은 소득세ㆍ법인세ㆍ종부세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 감세로 요약된다. 바뀐 세법이 적용되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3조1000억원 세금이 깎인다. 새 정부 지향점은 분명하다. 대대적인 세금 감면을 통한 경제 살리기다. 기업과 근로자의 세 부담을 덜어 일자리와 소비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18일 세제 개편안 사전 브리핑에서 “당면한 복합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조세 제도 측면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감한 개선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번 세제 개편안이 경제 성장, 세수 기반 확충,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 선순환 구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법 시행까지는 가시밭길이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ㆍ종부세 등 완화를 놓고 ‘대기업ㆍ부자 감세’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황이라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상위 1%의 대기업이 법인세의 80% 이상을 납부한다”며 “(법인세 감면은) 부자 감세라고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 정책의 재탕”이라며 비판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동의 없이는 이번 세제 개편안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물가ㆍ금리가 치솟고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도 걸림돌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감세란 방향 자체는 적절하다고 보지만 고물가, 미국발 ‘금리 쇼크’ 등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금 감면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며 “규제 혁파 등 구조적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대적 감세 정책은 복지 지출 축소 또는 국가채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에 대한 논의, 공감대 형성이 충분히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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