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16번 외치며 전 정부 때린 權..與 "베리 나이스" 野 "무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며 “민주당은 기득권과 싸운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은 민생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라고 전 정권의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거론하면서 “국익과 국민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했다. ‘오늘만 산다’ 식의 근시안적 정책, 국민을 갈라치는 분열적 정책이 바로 민생고통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경제는 마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외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같다”며“문재인 정부가 떠넘긴 것은 나랏빚과 독촉뿐만이 아니다. 알박기 인사까지 떠넘겼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름은 16번 등장했다. ‘개혁’(20번)보다는 적지만 ‘혁신’(13번), ‘민생’(9번)보다 언급 횟수가 많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19 대응과 관련해 “국민들은 또다시 백신 패스 도입, 비과학적 거리두기 등 강제 조치가 시행될까 봐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비과학적 거리두기는 없다. 일상 제약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합리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12번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이 지탄받았던 정책이 바로 부동산 문제”라며 “당·정은 공급혁신을 통해 250만호 이상 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공급 주체는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GTX 확대 및 조기 착공 등 대선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필요성을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연금개혁 문제와 관련해 “여야의 협치를 넘어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여론을 형성하고 수렴할 수 있는 투명한 논의 기구부터 출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같은 신산업 업종은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며 “이런 업종까지 주 52시간제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교육감 직선제와 관련해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방식과 임명제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정부 주도’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다. 이것은 본질적 전환”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좋은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든다. 법인세 인하는 이미 국제적 추세”라며 전날 ‘재벌 감세’ ‘부자 감세’를 비난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연설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밖에도 “4차 산업혁명 중심국가”, “대북 굴종 외교 노선 폐지” 등을 주장했다. 연설 초반 그간의 당 내홍과 국회 원 구성 표류 상황에 대해 “무한책임을 통감한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47분간의 연설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20차례 정도 박수를 보냈다. 권 원내대표가 전 정부 ‘알박기 인사’를 비판하며 “실패한 정부의 실패한 관료는 민생 회복에 방해가 된다. 고위직 공무원은 고액 알바가 아니다”라고 하자 여당 의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고, 민주당 의원들은 불만을 표시했다. 코로나 19 거리두기와 관련해 권 원내대표가 “저희는 정치 방역을 하지 않겠다. 저희의 원칙은 과학방역”이라고 말했을 때도 비슷했다.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온 권 원내대표에게 국민의힘 의원들은 악수를 청하며 “잘하셨다”고 칭찬했다. 최근 권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장제원 의원도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베리 나이스(아주 좋았다)”라며 권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반면 야당은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끝까지 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자신의 무능함을 남 탓으로 돌리는, 아주 민망한 장면이었다”고 쏘아붙였다. 하루 먼저 연설한 박홍근 원내대표도 “‘문재인’과 ‘민주당’이라는 단어를 합치니 28번가량 되는 것 같다. 여전히 남 탓을 하는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권 원내대표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과 관련, “강성노조의 불법행위 엄단”을 선언한 것에 대해 “한참 노사 간 대화가 진행 중인데 집권 여당의 대표가 화해 분위기를 해치는 압력성 발언을 함부로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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