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사령부, 첫 북핵 논의..핵 사용 가능성 가장 큰 나라"

박현영 2022. 7. 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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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할 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말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미군 전략사령부 본부에 정보 당국자와 군 장교, 민간 안보 전문가 수십명이 모여 점증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는 회의를 열었다.

전략적 억지와 글로벌 타격이 주 임무인 미군 전략사령부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닌, 북한 핵 프로그램에만 초점을 맞춘 회의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회의가 열린 5월 23~24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방한을 마치고 일본을 방문 중일 때였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한·미 양국이 평가하고 있던 시점이기도 하다.

회의는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과 군 첩보를 담당하는 국방정보국(DIA)이 주최했다고 한다.

WSJ는 참석자마다 북핵 위협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지만, 회의를 관통한 메시지는 '미국 정책은 여전히 북한의 핵 상태를 종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핵 프로그램은 너무 발전돼 있어 그 사용을 막는 게 우선순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핵 사용 억지를 우선해야 할 정도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인식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소형 전술 핵탄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 교수는 WSJ에 "북한은 더 이상 비확산이나 군축의 대상이 아니라 (핵 사용) 억지력이 도전과제인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참석자 중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0) 퍼센트"라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참석자들은 미국이 핵 사용 억지력에 관한 회의를 러시아와 중국만을 대상으로 할 게 아니라 북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커스 걸러스커스 전 ODNI 북한 정보분석관은 "가까운 미래에 핵무기를 사용할 나라가 있다면 가장 가능성 큰 나라는 북한"이라고 봤다. 북한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경우 제한된 전술핵을 사용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붕괴가 오히려 아닌 생존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참석자는 북한이 무력 충돌 상황에서 한·미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미가 자신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생각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앤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제한적 전술핵 사용으로부터 억지 될지, 아니면 핵을 사용하고도 빠져나갈 수 있는 실제 시나리오가 있다고 생각할지, 중요한 물음에 대한 답을 회의에서 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틀간 회의에서 첫날은 민간 전문가 토론이 열렸고, 둘째 날은 기밀 정보 브리핑이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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