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출신 42세 그 남자, 301년만에 非백인 英총리 될까
영국의 차기 총리 후보 경쟁이 인도계 전 재무장관과 여성 외교장관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집권 보수당은 총리가 될 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리시 수낙(42) 전 재무부 장관과 리즈 트러스(47) 외무부 장관이 최종 후보가 됐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보수당 하원의원 투표에서 수낙 전 장관이 137표로 1위, 트러스 장관이 113표를 받아 2위에 올랐다. 두 사람은 6주간 약 16만 명인 보수당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8월부터 9월 2일까지 열리는 당원 우편·온라인 투표로 차기 보수당 대표 겸 제78대 영국 총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당선인 발표는 9월 5일이다.
수낙 전 장관이 당선되면 영국 역사가 바뀐다. 초대 영국 총리 로버트 월풀이 취임한 1721년 이래 301년 만에 첫 비(非)백인 총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이주한 이민 3세 출신이다. 골드만삭스와 헤지펀드 등에서 근무한 금융인으로 코로나19 사태 와중인 2020년 2월 재무장관에 취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달 초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인사 관련 거짓말 논란이 불거지자 장관직을 사퇴하며 존슨 총리의 사임을 이끌어냈다.
다만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영국 경제가 어려워지며 인기가 하락세다. 재무장관 재임 중에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인도의 세계적 IT 기업인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부인 악샤타 무르티가 탈세 의혹에 휩싸이며 비판을 받았다.
트러스 장관이 당선되면 마거릿 대처(재임 1979~1990), 테리사 메이(2016~2019)에 이은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그는 대외 정책에서 ‘매파’ 이미지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에선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했으나, 이후 강력한 브렉시트 지지자로 변신했다. 외무장관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대(對)러시아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트러스 장관은 ‘대처 키즈’를 자처한다. 롤 모델로 ‘철(鐵)의 여인’ 대처 전 총리를 꼽는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착용한 옷이 지난 1987년 대처 전 총리가 옛 소련에서 입은 복장과 비슷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말투나 사진 포즈까지 대처 전 총리를 따라 하며 “철의 여인 스타일을 훔쳐 정치적 입지를 넓힌다(텔레그래프)”는 비판도 받는다.
존슨 총리 내각에서 함께 활동한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40대 옥스퍼드대 출신’ 총리가 된다. 40대 총리의 등장은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당시 44세) 이후 12년 만이다. 대학 동문이지만 영국 경제에 대한 해법은 엇갈린다. 수낙 전 장관은 재무장관 시절 정책대로 증세를 통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러스 장관은 수낙 전 장관이 영국을 침체로 몰아넣었다며 취임 첫날 기업 법인세를 포함, 감세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한다.
선거 결과는 안갯속이다. 하원 의원이 투표하는 5차례의 경선에선 수낙이 1위였지만, 당심에선 트러스가 앞선다. 데이터분석기업 유거브가 20일 725명의 보수당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수낙 전 장관은 트러스 장관에게 35대 54로 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러스 장관이 총리가 될 확률이 59.3%, 수낙 전 장관은 40.6%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러스 장관은 60대 이상이 절반을 넘고 97%가 백인인 보수당 당원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라며 “수낙 전 장관은 언더독(약자)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수낙 전 장관은 제1야당인 노동당과의 싸움에서 자신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점을 내세운다. 지난 6~7일 여론조사회사 JL파트너스가 영국인 2028명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설문 조사에서 수낙 전 장관은 보수당 정치인 7명 중 유일하게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를 3%포인트 차로 앞섰다. 트러스 장관은 스타머 대표보다 12%포인트 뒤졌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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