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신임에도 힘빠진 드라기 총리..이탈리아 조기 총선할 듯
이탈리아 정계를 혼돈에 빠뜨린 집권 연립정부의 갈등이 결국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다. 20일(현지시간) 진행된 마리오 드라기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에 오성운동(M5S)·전진이탈리아(FI)· 동맹(Lega) 등 연정 내 정당들이 불참하며 총리 사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이날 외신들은 전했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상원에서 진행된 드라기 총리 신임안은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통과됐다. 중도좌파 세력의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이지만, 원내 최다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좌파 성향의 오성운동을 비롯해 연정 내 3개 정당이 투표를 거부해 의미를 두기는 어려워졌다.
앞서 드라기 총리는 지난 14일에도 오성운동이 상원 민생지원법안 표결에 불참하자 “오성운동의 지지 없이 내각을 이끌지 않을 것”이라며 한 차례 사의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사임 수리를 거부하고, 그에게 의회의 신임 투표를 받을 것을 요청했다. 지난주 드라기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그가 총리직에 남아야 한다는 여러 시위가 발생했고, 여론 조사에서도 국민의 지지가 나타나고 있다고 이날 BBC는 전했다.
그래서 이번 상원의 신임 투표는 연정 내 모든 정당들의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조건부 투표의 성격이 강했다. 지난 1년 5개월간 좌·우 주요 정당이 참여하는 연정을 이끈 드라기 총리는 그간 여러 차례 국민 통합 정부를 강조하며 양 진영 모두의 지지를 강조해왔다. 드라기 총리는 이날 신임안 표결에 앞서 가진 연설에서도 정당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총리직을 이어가겠다는 ‘조건부 잔류’ 뜻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호소는 통하지 않았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현 상황에서 드라기 총리가 사임 외에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며 “그가 실제로 자리에서 내려온다면 이탈리아 정치는 격변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드라기 총리가 이르면 21일 하원 연설 후 다시 사의를 표명하기 위해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고 매체는 내다봤다.
지난 2012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서 붕괴 위기에 빠진 유로존을 구해내며 ‘슈퍼 마리오’라는 별칭을 얻었던 드라기 총리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반발을 산 오성운동 당수 주세페 콘테 총리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후 코로나19 이후 위기에 빠진 이탈리아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이탈리아는 6.6%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오성운동 등과 갈등을 빚었다.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운 나라였다”며 “드라기 총리가 취한 대(對)러시아 강경 노선은 러시아에 호의적이었던 오성운동을 불안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드라기 총리가 다시 사의를 표명해도 마타렐라 대통령은 임시 총리직을 수행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타렐라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이르면 9월 말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 보고 있다. 차기 총선에선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들(FdI)’을 필두로 한 우파 연정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날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약 2000억 유로(약 267조6400억원)로 배정된 코로나19 복구 기금을 받고 있는데 이를 계속 지원 받는 데에는 몇 가지 경제 개혁이 조건으로 포함된다. 많은 이들은 드라기 총리만이 이러한 개혁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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