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2명, 살인 숫자 진술 달랐는데..대질신문도 안했다
지난 2019년 11월 강제 북송된 탈북 어민 2명이 국정원 합동신문 조사 과정에서 살해 혐의와 관련해 엇갈린 진술을 했던 것으로 21일 파악됐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두 사람이 살해 도구 등 기본적 사실을 두고도 다른 진술을 했다”며 “살인을 했다고 밝힌 피해자의 숫자도 달라 추가 조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7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입장문을 통해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망치와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며 “이들의 진술은 우리 군이 입수한 첩보 내용과도 일치했다”고 밝힌 것과 결이 다른 주장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렸지만 대질신문과 거짓말 탐지기 조사 등 기본적인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탈북 어민들이 타고 온 배에 대한 현장 조사도 특별한 이유 없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당시 청와대 등 윗선에서 추가 조사를 막았을 개연성이 있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당시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들이 우리 측 북방한계선(NLL)을 내려오기 전부터 군 첩보에 의존해 북송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정 전 안보실장의 입장을 반박하며 “본인 자백 외에는 물증이 전무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SI정보에만 의존하여 흉악범 프레임을 씌워 해당 어민의 북송을 미리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정원이 탈북어민 합동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뒤 통일부로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추가 조사 필요성이 담긴 표현 일부가 삭제된 정황도 파악했다. 초기 보고서엔 강제수사 의견과 어민들의 귀순 의향이 포함됐는데 , 강제수사 관련 내용은 삭제되고 귀순은 월선(경계선을 넘음)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5일 탈북 어민 2명을 북송하겠단 전통문을 북측에 보낸 뒤 2시간 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약 2주 뒤 조선중앙통신이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란 입장을 내며 초청 거부 의사를 밝혀 김 위원장의 방한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방한을 끌어내려 탈북민의 강제 북송 과정에서 적법절차가 무시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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