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순천 중학생 투신' 전 여교사 '제자 학대' 또 있었다

교육지원청·학교는 제식구 감싸기 급급

전남 순천의 한 중학교 여교사의 학대 후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의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쯤 해당 여교사가 다른 학생에게도 폭언과 함께 정서적 학대를 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당시 해당 학교는 가해 여교사의 상습적 학대 행위를 알면서도 유족 측에 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도 해주지 않은 채 장례식장을 찾아 가해 교사의 건강상태만을 걱정했다고 유족 측이 주장하면서 비난이 일었다.

가해 교사의 상습 학대 행위를 숨기기에만 급급한 채 극단적 선택으로 꽃다운 생을 마감한 학생 때문에 가해 교사도 정신적으로 크게 고통받고 있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전남도교육청 차원에서 제대로 된 사실 조사와 함께 가해 교사는 물론 해당 학교 측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21일 해당 중학교와 유족 등에 따르면 40대 여교사 A씨는 지난 5월 20일 오전 수업지도를 하면서 청바지를 입고 있는 B군(13)의 복장을 지적하며 교실과 복도, 학생부실 등에서 학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B군은 A 교사에게 심한 욕설 등 수차례 학대를 받은 뒤 수업 도중 학교를 빠져나와 인근 8층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 당일 해당 중학교 학생 가운데 20% 가량은 교복을 입지 않았고, 담임교사도 B군에 대해 복장 위반 지적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 발생 이후 체육복 차림이나 청바지 착용 등 자율 복장에 따른 지적 사항을 규율 대상에서 배제 시킨 것이다.

그런데도 A 교사는 유독 B군에 대해서만 복장 위반을 지적하며 훈육을 핑계로 도가 넘는 학대를 가했다. A 교사는 훈육을 마치고 들어간 B군으로부터 욕설을 들었다는 것이 이유였으나 유족 측은 혼잣말로 내뱉은 사춘기 소년의 나지막한 독백을 A 교사가 트집 잡은 후 그때부터 심한 학대를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B군을 심하게 학대한 A 교사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A 교사는 이에 앞선 4월 중순쯤 또 다른 학생 C 군에게 상습적인 폭언을 쏟아내는 등 정서적 학대를 가한 혐의가 경찰 조사에서 인정돼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넘겨졌다.

당시 C군 부모는 A 교사의 자녀에 대한 폭언 등에 따른 학대가 심하다고 판단해 해당 학교를 찾아 부당함을 알리며 지속적인 항의를 했는데도 순천시교육지원청과 해당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C군의 부모가 결국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해 A 교사의 학대 혐의를 밝혀냈다.

A 교사가 C군에 대한 학대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경찰의 판단을 받아들이고 반성을 했다면, 학교 측도 A 교사에 대한 학생지도의 방식을 유연하게 가져가 달라고 당부만 했더라면, B군의 극단적 선택의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의 견해다.

B군의 유족은 “단순히 교복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를 복도에 5분간 세워 놓고 ‘부모를 부르겠다. 학생부에서 관리 하겠다’ 등의 이해할 수 없는 강압적 표현으로 이제 막 사춘기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5분 동안 1차 지도를 받고 교실 안에 들어가 자기 자리에서 혼잣말로 불만을 표현한 아이를 다시 교실 밖으로 불러내 큰 소리로 욕설을 쏟아 냈다”면서 “수업이 끝난 뒤 2학년 전체 학생들이 인지할 정도로 큰 소동이 나고, 아이는 이러한 굴욕감 속에서도 두 손을 모으며 거듭 죄송하다고 애원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유족은 “2차 지도에 나선 A 교사는 아이에게 ‘잘못을 인정하라’는 의도로 사실확인서 작성을 강요하고, 2차 지도후 수업시간에서 배제한 아이를 학생부실로 혼자 내려보내 학급에서 분리시키며 일부러 모멸감을 극대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A 교사는 아이가 하늘나라로 갔는데도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고, 학부모들에게 단순사고로 정리한 통신문 등을 통해 아이 죽음의 진실을 매도한 학교 측의 소극 대응은 예견된 사고로 밖에 생각 될 수 없다”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관계자는 “당시 A 교사의 C군에 대한 학대 혐의는 순천교육지원청 조사에서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었다”면서 “이후 경찰 조사를 받은 줄은 알았지만 혐의가 인정 된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A 교사가 아직도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A 교사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이 나왔을 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군은 8월 해외지사로 파견나가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함께 유학 길에 나서는 일정으로 인해 올해 초 맞춘 교복이 작아지자 한 달 가량 입을 새 교복을 맞추는 대신 규제 대상도 아닌 자율 복장으로 학기를 마치려다 안타깝게 목숨을 끊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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