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울리던 '깡통 전세', 해결책 나올까
보증금 반환사고 금액, 올 상반기에만 3407억원
정부 "깡통 전세 우려 지역 선별..선제적 관리"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가운데 이른바 '깡통 전세'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집값이 하락해 전세가가 매매가를 역전하게 될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인데, 정부는 깡통 전세 등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1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국 1위 갭투기 지역으로 랭크된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30㎥)의 전세계약은 7000만원에 이뤄졌다. 직전 매매가격(4000만원)보다 3000만원 높다. 전국 2위 갭투기 지역인 경남 김해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전용면적 59㎥)의 경우 전세계약 1억6500만원, 직전 매매가격은 1억5400만원이다. 역시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1100만원 높게 나타났다.
통상 부동산 시장에선 매매 시세의 70~80% 넘는 전세가격이 책정되면 깡통 전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 경매 등으로 집이 넘어가거나 집값이 전세값보다 떨어지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세 가격이 매매 시세과 비슷하거나 역전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지난 1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매매·전월세 가격을 분석한 결과 조사 기간 내에 매매와 전세 거래가 한번 이상 있었던 경우는 총 2만9300건이었다.
이 가운데 주택의 평균 전세 가격이 평균 매매 가격을 추월한 사례는 7.7%(224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매매·전세 거래가 동시에 있었던 주택형의 7.7%는 이미 깡통 전세거나, 그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기간 내 매매 최저가가 전세 최고가보다 낮은 경우로 범위를 확대하면 깡통 전세 위험 거래는 16%(4687건)로 늘어난다.
금액별로는 전국적으로 매매가격이 1억원 이하인 저가 아파트가 36%를 차지했다. 저가 주택일수록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깡통 전세 위험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방이 76.4%(1714건)로 대다수지만 수도권도 23.6%(529건)에 달했다.
문제는 최근 금리 인상 등 집값 하락세가 예상되면서 깡통 전세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거래 경험이 없는 사회초년생이나 청년층 중심으로 피해가 우려된다. 또 1억원 이하의 저가 주택이 깡통 전세일 가능성이 큰 만큼 저소득층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올 상반기에만 340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상황이다. 연간 기준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깡통 전세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없도록 임대차 보증금을 보호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영구임대단지 내 복지관에서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해 "이른바 '깡통 전세'가 우려되는 지역을 선별해 선제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90%를 초과하거나 경락률(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전세가율보다 낮은 지역은 지방자치단체에 '주의 지역'으로 통보해 특별 관리하도록 한다. 주의 지역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위험매물 점검, 공인중개사 교육, 이상 거래 점검 등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떼먹는 '나쁜 주인'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과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가입 의무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전월세 매물 시세 정보 관련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원도 확대된다. 9월까지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전세피해 지원센터'(가칭)를 설치, 이들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 매칭 서비스, 법률상담 알선 등의 도움을 주기로 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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