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고성장보다 취업·물가가 더 중요”…5.5% 성장 사실상 포기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19일 “지나친 고성장 목표를 위해 지나친 자극 조치나 양적 완화, 미래를 미리 지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1일 1면에 비중 있게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5.5% 성장을 사실상 포기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리 총리는 이날 “중국에 현재 취업과 경제 안정이 더 중요하다”라고도 말했다. 인민일보 기사에는 빠졌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이 전날 외신에 배포한 발언록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취업이 충분하고 주민 수입이 늘고 물가가 안정된다면 경제 성장률 변동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은 현재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어떤 의미에서 경제 성장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더는 성장률에 연연하지 않고 취업 안정과 물가 관리 위주로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취지다.
리 총리의 발언 배경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로 인한 실업률 급증이 자리한다. 지난 6월 중국의 도시 조사 실업률은 5.5%를 기록했다. 5월 5.9%에서 미세하게 개선됐지만, 16~24세의 조사 실업률은 18.4%에서 19.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접촉이 필요한 서비스업 일자리가 봉쇄로 크게 줄면서 고교와 대학 졸업생 실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까지 악화됐다.
천보(陳波) 우한(武漢) 옵틱 밸리 자유무역연구원 원장은 “젊은 세대의 실업은 사회 진출 첫걸음부터 넘어졌다는 의미로 사회 안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당초 목표치인 5.5%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 2분기 전염성은 강하지만 중증도는 약한 오미클론 확산으로 상하이와 베이징, 창춘 등 대도시 봉쇄 영향으로 0.4% 성장에 그쳤다. 2020년 1분기 우한 코로나 발발로 마이너스 6.8% 성장 이후 최저치다. 올해 중국이 5.5% 성장에 실패하면 지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치 달성에 실패하게 된다.
중국이 성장 대신 취업과 물가 관리를 내세운 데는 미국과의 전략 경쟁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자오시쥔(趙錫軍) 중국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교수는 “경제 성장은 경제 측면에서의 전략 경쟁에 관계된다”며 “향후 초점은 성장의 높낮이가 아닌 거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나라의 경제가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모아질 것”이라고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말했다. 미국이 지난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9.1%로 1981년 이래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중국은 성장률 대신 물가와 취업률 관리로 사회 안정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는 19일 올해 중국 경제 동향을 W자로 전망하면서 3분기 6%, 연간 4.8% 안팎의 성장을 전망했다. 해외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은 중국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4.1%에서 2.7%로 낮췄고, 영국 바클리즈 은행은 중국 경제 성장치를 기존 3.3%에서 3.1%로 낮췄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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