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평균 넘은 52일 '개점휴업'
신율 "국내외 상황 악화 빠른 원구성 필요"
여야가 상임위 배분을 두고 격돌하면서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금리 변화와 코로나 재확산 등 국내 경제에 치명적인 사건들이 발생하는 가운데 여전히 국회는 공전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중 한 개만 줄 수 있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과방위와 행안위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를 국민의힘이 결정하라고 선을 그었다.
양당이 행안위와 과방위를 두고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이유는 ‘경찰국’ 설치와 ‘언론개혁’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국 부활을 예고하자 민주당은 이를 저지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방위가 핵심 쟁점이 됐다.
이날까지 원구성 공전 일자는 52일째다. 정치활동규제가 풀리고 의정 사상 최초의 청문회가 시작된 13대 국회를 기준으로 원구성은 평균 41.4일이 걸렸다. 전반기는 47.5일, 후반기는 35.3일로 평균 1~2달 사이에 원구성이 완료됐다.
역대 최악의 원구성 일수는 1992년 14대 전반기로 125일의 시간이 걸렸다. 국회의장 선출에만 약 한 달여 시간이 걸렸고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은 석 달이 지난 10월 2일에 완료됐다. 다음으로 오래 걸린 사례는 18대 전반기 원구성으로 88일이 걸렸다.
유일하게 법정 시한을 지킨 원구성은 18대 후반기로 9일 만에 협상이 완료돼 개원했다. 그다음으로 빠른 원구성을 해낸 2016년 20대 국회는 14일이 걸려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 배분까지 마쳤다. 하지만 국회 원구성 법정 시한을 넘겼다.
21대 국회 원구성은 현재 진행 중으로 전체 평균보다 11일가량 늦었고 원구성 후반기 평균보다 17일 늦었다. 양당은 원구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민생 TF 등을 발족했지만 가장 중요한 부처별 전문적인 업무를 주관할 수 있는 상임위는 구성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를 둘러싼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에서도 빅스탭을 단행했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단행된 조치지만 국내 증시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추가 금리 인상도 고려되고 있어 청년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가계 부채, 소상공인, 자영업자, 기업 대출 이자 등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 19) 상황도 심각해지긴 마찬가지다. 전 세계 경제를 흔들었던 코로나 19가 국내에서 다시 재확산 추이를 보이면서 방역과 의료 대응 방안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재차 시행될 경우 특정 업종은 다시 영업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온다. 특히 확진자 증가 폭이 커질 땐 식당과 마트 등 일상생활 시설들도 영향을 받게 되면서 경제적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는 원구성이 늘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표심을 우려해 양보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세계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세계 금융위기보다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빠른 원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대 후반기 원구성은 여러 가지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며 “민주당 전당대회와 세계적 경제 위기, 코로나 재확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보를 하고 빠른 원구성을 하고 싶어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당심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에서 민생특위를 구성했지만 ‘임기응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회는 이익집단이 아닌데도 정당 이익을 위해 국회가 존재하는 것 같다. 심각한 수준의 위기들이 국내외로 다가오고 있다”며 “민생을 위한다면 궁극적으로 빠른 원구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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