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바닥논쟁]"베어마켓 끝났다" vs "약세장 속 반등"

뉴욕=조슬기나 2022. 7. 21. 11: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이민지 기자]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최근 주가 바닥론이 힘을 얻기 시작한 배경에는 우선 기업 실적이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완화된 가운데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성적표가 예상을 웃돌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난 것이다.

여기에 내로라하는 투자 베테랑들의 선언도 이어졌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회장이 ‘6월 바닥론’을 언급한 데 이어, 센티먼트레이더의 제이슨 고퍼트 창업자도 ‘베어마켓(약세장) 종식 신호탄’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반면 "베어마켓 속 반등(CFRA리서치)" "실수하지 말라(모건스탠리)"는 경고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쏟아진다.

◇월스트리트 ‘바닥론’ 확산, 왜?

20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S&P500 기업 가운데 60여개 기업이 2분기 실적을 공개했고, 78.3%에 해당하는 기업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이는 지난 4개 분기의 평균(81%) 대비로는 낮으나, 1994년 이후 평균(66%)을 대폭 상회한다.

여기에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가 약 3개월 만에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면서 향후 지수의 낙폭도 제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비 라일리 FBR의 아트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하락했으며, 지금까지 실적 시즌은 우려했던 것보다 좋았다"며 "위험선호 심리가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고퍼트 창업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베어마켓은 끝났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증시가 52주 저점을 회복한 후 3거래일 중 2거래일 간 거래 종목의 87% 이상이 상승할 경우, 그해 S&P500지수는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1940년 이후 무려 24차례 확인된, 예외 없는 ‘완벽한 기록(a perfect track record)’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퍼트 창업자가 함께 첨부한 그래프에서 이 추세가 확인된 후 1년간 S&P500지수 상승률 중앙값은 23%에 달했다. 또한 이러한 확률은 100%였다. 추세 확인 후 6개월 내 상승할 가능성은 77%, 상승률 중앙값은 13.7%였다.

바닥론을 선언한 월가 베테랑은 고퍼트 창업자만이 아니다. 전날 야데니 대표는 S&P500지수가 지난 6월에 이미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투자전문 방송인 짐 크레이머 역시 ‘윌리엄스 공포지수’를 분석해 전날 뉴욕증시 반등을 "긴 상승 랠리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또한 ‘서머랠리’ 신호라고 언급했다.

아직 바닥은 아니지만 상당히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토머스 피터피 창업자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올해 말 바닥을 치고, 이후에는 비교적 순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 증시 순항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반론도 잇따른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완화됐다고는 하나, 아직 물가가 꺾이지 않은 시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차질 등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침체 논란도 거세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전략가는 "역사적으로 볼 때 베어마켓 속 랠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밀러타박 플러스 코의 매트 메일리 수석시장전략가 역시 “약화되고 있는 경제는 오늘날 증시를 지탱할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며 아직 베어마켓이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의 미셸 위버는 증시 낙관론에 "회의적"이라며 "실수하지 말라"고 S&P500지수의 하락을 경고했다.

◇韓 증시도 바닥다지기?

국내 증시도 바닥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코스피는 지난 6월 초 미국발 물가충격에 한 달 동안 2600선에서 2300선으로 약 13% 급락한 뒤 이달 들어 240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 둔화 여파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하향조정 되고 있지만, 추가 하락이 쉽지 않은 가격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을 보면 과거 주가 급락기 최저점인 1.1배에 근접했고, SK하이닉스도 1배 수준의 역사적인 최저점에 놓여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추가로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있더라도 하락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고, 오히려 상승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반기 외국인의 유입 기대감도 바닥론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은 고인플레이션과 주요국들의 긴축 정책 강화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다시 유입되기 위해선 인플레이션의 정점 통과가 필수적인데, 이 시점은 3분기 말 정도로 예상된다.

다만 주요국들의 긴축 정책 종료 시점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저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이 부진하게 제시된 경우 하반기 코스피는 짙은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내년에 제로 성장률을 기록한다고 가정했을 때 코스피 저점은 2100선까지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